아버지 숨진 곳 아들 투신

입력 2002-11-22 12:20:00

어머니의 입원비를 마련하지 못한 외아들이 입원 예정일 새벽에 아버지가 떨어져 목숨을 잃었던 아파트 15층에서 뛰어내려 숨졌다. 22일 새벽 0시40분쯤 대구 매호동 ㄷ아파트 경비실 앞에서 김모(25.대구 월성동)씨가 숨진채 발견됐다.

외아들인 김씨는 올 초 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뒤 별다른 수입이 없어 어려움을 겪다가 폐.심장 질환을 앓는 어머니의 입원비를 마련치 못해 힘들어 했다는 주변의 말에 따라 경찰은 김씨가 생활고를 비관해 목숨을 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김씨의 어머니 이모(52)씨는 경찰에서 "내가 폐와 심장이 나빠 오늘 입원키로 돼 있었는데 아들이 치료비때문에 힘들어 한 것 같다"고 진술했다.아들 김씨는 21일 오후 1시쯤 구미 한 전자회사에 실습 간다며 나간 뒤 연락이 끊겼다는 것.

김씨가 숨진 곳에서는 올해 초 중장비 기사였던 그 아버지가 떨어져 목숨을 잃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어머니 이씨는 남편의 사망과 그로 인한 생활고때문에 아들의 요청으로 지난 7월 월성동으로 이사했으며, "못 마시던 술까지 마신 걸 보면 내 입원비때문에 고민하다 아버지를 따라 가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김씨가 투신한 곳에서는 반쯤 남은 소주병이 발견됐다. 어머니 이씨는 이날 "다른 데로 가 살자고 해 이사까지 갔는데 왜 그랬느냐. 집 나가기 전 맛있는 것 사먹으라고 돈까지 주고 가놓고 이런 일을 저질렀느냐"며 통곡했다.

이호준기자 hoper@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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