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내겐 소음일 뿐'

입력 2002-11-22 00:00:00

미국 3대 대통령 제퍼슨의 언론자유옹호는 널리 알려져 있지만 권력을 잡은 후의 언론에 대한 행태(行態)는 지나치곤 한다. "우리의 자유는 언론의 자유에 달렸다. 나에게 거슬린다해서 압력을 가하려 들면 끝내 언론의 자유는 말살당하게 된다". 친구에게 한 편지다.

이런 언론자유의 열렬한 옹호자같은 생각은 대통령당선이후 달라졌다. 언론이 사사건건 비판만 한다고 여기게된 것이다. 권력과 언론간의 긴장관계에 들어간 정도를 넘어 물리적인 압력까지 행사한다. 가장 적대적으로 달려드는 신문사를 골라 폐간까지 몰아갔다는게 미국 언론학자들의 판단이다.

조지 W 부시 미국대통령이 자신의 권력관과 언론관을 거침없이 드러내 화제다. "신문 사설? 읽지 않는다. 방송에서 전문가란 사람들이 떠드는 것도 안 듣는다. 내겐 소음일 뿐이다".

신문이나 방송에서 하는 대안(代案)제시라든가 정책 등에 대한 비판을 단순한 잡음(雜音)정도로 치부한다는 대(對) 언론관은 흔히 권력자가 가지는 속성의 표출이라고 봐야할 것 같다. "대통령이라는 직업이 좋은게, 내가 뭔가 말했을 때 그 이유를 설명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 거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나에게 말할때 이유를 대야 한다". 한마디로 커뮤니케이션의 일방통로란 얘기다. 대통령 선거때 이런 사고(思考)가 불거졌다면 결코 당선이 되지않았을 것 아닌가.

권력자들의 대 언론관 표리(表裏)는 미국대통령들의 전유물만 아닐성 싶다. 우리나라 대통령도 이를 벗어나지 못한다. 박정희 대통령이나 전두환, 노태우 대통령은 논외로 제쳐두고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언론관계를 주목하게 된다. 집권후반기에 세무조사 등으로 특히 신문계와 갈등을 빚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노벨평화상을 수상한 국가원수의 정부가 언론탄압성 세무조사를 한 것을 이해할 수 없다는 외국인들의 발언이 뒤따르는 것을 보면 '김대중 대통령의 표리'쪽에 이들의 시각이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언론상태가 결코 나아지지 않았다는 판단으로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현실을 놓고 보면 권력과 언론은 대립의 관계일 수도 있다. 특히 신문은 비판(批判)을 으뜸의 기능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포괄적으로 볼때 정보 제공 기능도 비판에 포함된다. 유능한 권력자는 '언론의 제압'에 결코 매달리지 않는다. 길들이기라는 편법도 삼가한다.

지금 대통령 후보로 나선 주자들의 언론관은 자유옹호에 서 있다. 오는 12월19일 집권하는 대통령의 대언론관이 바뀌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도 없다. 문제는 권력자의 언론관 표리에 대해 '아부성 발언'이 그 당시 분위기를 압도한다는 점이다. 집권자가 바뀌면 또 표변하는 인사가 얼마나 많았던가.

최종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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