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안선'은 제7회 부산국제영화제(PIFF) 개막작이다. 예매시작 2분여만에 매진돼 일찌감치 주목을 받기도 했다. 영화 '해안선'은 섬뜩하지만, 낯설지 않다. 군 복무 경험이 있는 이들이라면, 더욱이 초소경비에 복무했던 이들이라면 간첩으로 오인받아 사살된 어느 민간인과 미쳐버린 군인에 대한 전설을 들었을 것이다. 있을 법한 일이기에 '해안선'은 더욱 공포스럽다.
14일 밤 부산 시민회관에서 '해안선' 상영을 마친 관객들의 반응도 '반전이 뛰어나다' '잔인하다'부터 '나라도 그럴 수밖에 없을 것 같다'며 배우들에 동조하는 등 갖가지. 평온해 보이는 동해안 바닷가의 어느 군사 철책선. '경고! 밤 7시 이후로 이곳을 접근하는 자는 간첩으로 오인되어 사살될 수도 있습니다'는 경고판이 서있다.
해안초소부대 '강상병'(장동건 분)은 남들 노는 시간에도 간첩을 잡겠다며 홀로 훈련에 열중하는 열혈군인. 초소경계를 서던 그는 어느날 밤 군사경계 지역안에서 정사를 벌이던 인근 동네 두 남녀를 간첩으로 오인, 남자를 사살하고 만다.
죽은 남자 동네주민들의 저주섞인 욕설이 들리는 가운데 강상병은 '적절한 조치'를 취한 공로로 표창을 받고, 휴가를 나온다. 애인에게 민간인을 죽였다는 고백을 한 그는 부대 복귀후 점점 난폭한 행동을 저지른다. 결국 정신적 장애로 의가사 제대를 하지만, 여전히 부대철책선 주위를 불안하게 서성댄다. "난 아직 제대하지 않았어". 한편 애인을 잃고 미쳐버린 여자 미영(박지아 분)역시 철책선 주위를 배회하며 야릇한 미소를 흘리고, 해안선에는 불안하고 끈적한 기운이 감돈다.
해안선은 광기에 관한 영화다. "나라도 돌아버릴 것 같다"는 장동건의 말대로, 극중 강상병의 광기가 어느 정도 이해되려는 순간, 관객들은 자신의 내밀한 광기를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랄 것 같다.
개인의 광기는 집단적 광기를 빚어낸다. 강상병의 계속된 침범으로 부대원들마저 불안감에 감염되고, 미쳐간다. 강상병을 돕던 착실한 김상병(김정학 분)이 자신을 모욕하고 경멸하는 부하병사를 쏴 죽인 것처럼, 살의는 특수한 상황에서 쉽게 전염되는 것이다. 감독은 이런 '집단적 광기'가 한반도 분단의 특수한 상황이 사산한 슬픔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22일 개봉.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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