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장하지만 결코 자신감을 잃지는 않는다. 백화점 업계에서 가장 강한 롯데의 대구입성을 바라보는 대구백화점의 분위기는 '제대로 된 상대를 만났지만 전혀 꿀릴 것이 없다'는 것이다.
이미 50년 백화점 경영을 통하여 '대구사람은 대구백화점으로'라는 인식을 확실히 심어준 대구백화점은 지난해 말부터 본격적인 롯데의 대구 입성에 대비해왔다.
대대적인 매장 재단장과 고객관계서비스 강화와 같은 내공(內空)을 다지는 것은 물론 신세계백화점과의 경영제휴를 핵심으로 한 경쟁력과 생산력 강화전략을 통해 결전의 날을 기다려왔다.
▨시장 수성에 문제없다
구정모 대구백화점 대표이사 사장은 유통업체의 골리앗 롯데와의 경쟁이 힘겹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유통은 대구경제의 마지막 버팀목이다. 지역 유통업체들이 무너지면 대구 경제도 무너진다"며 대백이 지역유통업계를 지키는 파수꾼 역할을 할 각오를 다진다.
그만큼 대구백화점의 인식이 중요하다는 것을 꿰고 있으며, 지역유통업계에서 가장 큰 마켓쉐어를 갖고 있는 만큼 기필고 시장을 수성하겠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내는 일면이다.
"다점포에 따른 브랜드 파워는 분명 롯데가 우위에 있다"는 구사장은 "예상외로 브랜드나 숍마스터의 이탈이 없고 롯데의 공세에 위축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롯데가 아무리 유통업계의 거인이라지만 영등포역사 백화점만 유일하게 성공했을 뿐 대구역사점은 상황이 그렇게 간단치만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있다.
구 사장은 최근 롯데 인천점을 둘러본데 이어 3개월 뒤면 '격전의 현장'으로 변할 동성로 입구에서 롯데백화점까지 도보로 답사하며 롯데와의 본격 경쟁에 대비한 '전의'를 다지고 있다.
구 사장은 "애향심에 호소하는 시대는 지났다"며 "경쟁력을 앞세워 정정당당한 승부를 하겠다"고 말했다. 또 롯데 입성을 계기로 촉발된 시장경쟁이지만 롯데와의 경쟁과 관계없이 10년 앞을 내다 보는 장기전략도 마련하고 있다.
▨'전투준비'는 끝났다
대백은 현재 시간과의 싸움을 하고 있다. '바꿀 수 있는 것은 모두 바꾼다'는 경영방침 아래 기업혁신에 가까운 변화의 바람을 타고 있다.
대백은 올해초부터 300억원 이상을 투입, 상품보강, 고객 이동선 확장, 휴게공간 확충에 초점을 맞춰 매장을 대대적으로 개조했다. 해외 유명브랜드를 확충하고 지역 최대규모의 골프.스포츠전문관, 고객쉼터를 만들었다. 구 사장은 자신의 집무실까지 백화점 밖으로 빼며 고객 휴식공간과 문화공간으로 꾸미도록 결단을 내렸다.
대백은 신세계백화점과의 경영제휴에 대해서도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유통업계의 사관학교로 불리는 신세계의 '헬로서비스(Hello Services)팀'이 내려와 직원들의 고객 응대태도는 물론 친절한 대화까지 점검하며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작업을 하고 있다. 간부직원을 포함한 전직원을 신세계유통연구소로 보내 사고의 틀을 바꾸는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신세계와의 상품 공동구매로 매입단가를 낮추고 질좋은 상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된 것도 적잖은 효과다. 당장 내년 설부터 상품을 공동구매할 계획이다.
또 신세계의 프로모션 아이템을 도입하거나 공동사업으로 각종 판촉과 이벤트에서 경비를 줄이면서도 선택의 폭을 넓히는 효과를 얻게 됐다.
▨공세가 최선의 수성책
롯데백화점 대구점의 주타깃은 전국의 지역백화점 가운데 선두주자인 대구백화점. 롯데 관계자들은 '대백 본점과 대백프라자를 타깃으로 상품 및 매장구성을 하고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사실 롯데의 연착륙 여부는 지역의 선도업체인 대백의 벽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공략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판단때문이다.
김호범 대구백화점 기획실장은 "힘을 앞세운 롯데의 밀어붙이기식 경영은 '규모의 시장'이 있는 서울에서는 먹힐 수 있지만 지역시장에서는 먹혀들기가 쉽지 않다"고 주장했다. 롯데의 유통노하우와 마케팅능력은 '규모의 힘'에서 비롯된다는 시각이다.
대백은 롯데가 물량공세로 나올 경우 맞불을 놓기 위해 '실탄'도 충분히 준비해놨다. 고객, 협력업체, 직원이탈을 최소화 하기위해 고객관계관리, 협력업체 지원, 직원복지 향상을 위해서도 과감한 투자를 하거나 계획하고 있다.
추종을 불허하는 상품력으로 지역 백화점업계를 리더해온 대백도 이제는 백화점사업이 '후기시대'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있다. 따라서 기업의 틀을 보완하거나 바꾸는 장기전략 마련도 병행하고 있다.
신규사업으로 생각하고 있는 자동차 딜러사업이나 대백프라자 북편의 노상주차장에 엔터테인먼트 시설을 설치, 제대로 된 복합쇼핑센터로 바꾸는 작업을 장기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또 본점의 경우 단기적으로 지하철, 중앙상가와 바로 연결 될 수 있는 지하통로를 만들어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장기적으로는 쇼핑몰로 변신시킬 구상도 하고 있다.
이춘수기자 zapper@imae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