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 인정의 출발은 곧 우리의 전통적인 농업과 음식에 기인한다. 특히 전통음식은 2천여 가지로 맛과 색깔이 참으로 다양하다. 우리 토양에서 나오는 수많은 종류의 곡식과 계절식품에는 자연에 순응하며 자연의 순리를 따라가던 조상의 슬기로운 지혜와 숨결이 묻어나는 게 아닐까?
그리고'씨뿌려 거두는' 교훈이 있지 않은가? 어디 그뿐이랴! 재료 자체에서 나오는 자연의 맛과 정성, 깔끔함과 섬세함이 있지 않은가?
며칠 전 외국의 모 대학 총장 일행을 만났다. 그들은 한국전통음식의 영양학적인 관점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발효음식의 우수성에 갈채와 넉넉한 우리의 인정에 감탄하였다.
그런데 그들의 눈에 비친'농민대회'는 어떤 모습이었을까? 농부의 아들인 필자는 설명하느라 진땀을 흘렸다.
UR 라운드, 한·칠레협상, WTO 협상 등 우리나라 농민정책의 실상(實狀)을 보자. 정말 누더기 같은 정책이요, 법안들이다. 수입자유화로 수입장벽이 무너지면 농민의 억장도 무너질 텐데…. 농촌에 대한 그랜드플랜이 없는 한 농업공동화(農業空洞化)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다.
일전 'WTO 쌀 수입 개방 반대 전국농민대회'에서 계란 맞은 모 후보 왈, '계란 맞고 나면 일이 잘 풀린다'고. 반성으로 농민을 위로하기보다는 도대체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리'가 아닌가?
농업단체의 한 성명서에는 절규가 묻어 있다. 농업과 농촌에 대한 획기적 공약, 농민들의 절규와 희망적 요구를 무시하는 정책형태를 바꾸지 않는 한 농업의 미래는 명약관화(明若觀火)한 사실이다. 농업이 절망적인 몰락의 길을 걷게 된 가장 큰 책임은 50년 동안 이어진 농업소외 정책에 있지 않을까?
요즘에 뚝 떨어진 기온처럼 농부의 가슴은 무겁고 허전하다. 어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곳이 결코 돈이나 지식이 횡포를 부리는 곳이 아니어야 하거늘, 신토불이(身土不二)는 어디 갔나! 쌀 농사의 경우, 최소한 88번 이상의 서로 다른 과정을 거쳐야 쌀 수확이 된단다.
찬서리를 맞으며 추수를 마감하는 때, 봄 씨앗을 준비하는 농부의 주름진 시름을 누가 알리오? 농민이 살아야 나라가 살 텐데….
대경대 교수.경영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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