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후보 부인 강지연씨

입력 2002-11-20 00:00:00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부인 강지연(59)씨는 스스로를 민노당의 평당원이자 열성당원으로 소개한다. 수수한 얼굴에 푸근한 인상은 여느 가정주부와 다르지 않다. 투사적 이미지의 진보정당 대표 부인이라고 선뜻 느껴지지 않는다. 강씨는 "진보정당이 이 나라에서 뿌리내려 보수정당과 함께 의견조율을 할 날이 올 것"이라며 "당장 뭔가 이뤄내자는 욕심을 거두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면 좋은 세상 만드는 데 징검다리가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슬하에 2남1녀를 두고 있다. 막내를 제외한 두 자녀가 현재 유학중이다. 사회학을 전공한 큰 딸(혜원·34)은 결혼 후 미국으로 떠났고 건축디자인을 공부하는 큰 아들(호근·33) 역시 프랑스에 있다. 둘째 아들(성근·31)만 서강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함께 살고 있다. 그녀는 "우리 딸은 아버지 때문에 대학 때 학생운동을 했고 졸업 후 노동운동을 했다"고 소개한다. 부전여전(父傳女傳)인 셈이다. 강씨는 "딸이 '운동'을 하겠다고 했을 때 단 1초의 망설임없이 동의했다. 그 점에 있어선 한점 부끄럼도 없다"고 말했다.

강씨는 알려진대로 '재벌가 무남독녀'다. 지금은 삼성생명으로 이름을 바꾼 동방생명의 창업주 강의수(작고)가 그녀의 아버지다. 고향은 경북 영천이나 학교는 초등학교에서 대학교(이화여대 교육학과)까지 모두 서울에서 다녀 특별한 인연은 없다.

그녀에게 시련이 닥친 것은 아버지가 간암으로 쓰러지고 회사마저 '뺏기다시피' 넘어가면서였다. 권 후보는 지난달 관훈클럽 토론회에서 강씨를 대신해 "삼성이 동방생명을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인수했다고 본다. (처가가) 기업인수 과정에서 제대로 인수 몫을 챙기지 못했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고종사촌 오빠의 경남고 동기인 권 후보를 만난 것도, 집안이 몰락한 그 무렵이었다고 강씨는 회고한다. 두 사람은 1968년 서울 남산 드라마센터에서 내무부장관을 지낸 이호씨의 주례로 결혼식을 올렸다.

강씨는 이후 기자에서 노동운동가로 변신한 권 후보를 따라 삶의 방식과 세계관도 바뀌었다. 각종 집회에 참가, 남편을 따라 운동가를 불렀고 전국을 누비며 구호도 외치면서 재벌가 외동딸의 모습은 사라졌다. "결혼 후 세상의 다른 면을 볼 수 있게 된 것이 참 다행스럽다"는 것이 그녀의 생각이다.

강씨는 "91년부터 97년까지 호스피스 봉사활동을 했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말했다. 당시 권 후보가 구속돼 있었으나 말기암으로 고생하는 이들을 지켜보면서 구치소로 남편을 면회가는 것이 사치스럽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이다.

강씨는 "이번에 집권한 브라질 노동자당은 시작은 미미했으나 결국 노동자, 농민, 서민의 지지를 받아 창당 20년만에 집권에 성공했다"며 "민노당은 브라질 노동자당보다 늦게 출발했지만 민중의 광범위한 지지를 받아 결국에는 집권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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