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 30대 초반의 여성 김모씨는 수 차례 망설임 끝에 비뇨기과를 찾았다. 그녀는 부부관계에 흥미가 없고, 성관계에 대해 혐오감까지 느꼈다고 털어놨다.남편을 무척 사랑하기 때문에 부부생활에 충실하려고 노력했으나 관계를 가질 때마다 온 몸에 벌레가 기어다는 것 같은 불쾌감이 들어 남편과 잠자리를 더 멀리하게 됐다는 것.
그녀는 호르몬을 포함한 혈액검사 및 성기능검사를 받았지만 정상으로 나타났다. 원인을 추적한 결과, 어릴 때 가까운 친척에게 성추행을 당한 '나쁜 경험'이 그녀를 '석녀(石女)'로 만들었던 것이다. 병명은 성욕구장애 중 성혐오증. 이후 그녀는 심리치료를 꾸준히 받은 결과, 증상이 상당히 나아졌다.
여성의 성기능 장애는 남성 중심의 사회·문화적인 편견으로 인해 질병으로 인식되지 못했다. 성기능 장애가 있는데도 이를 병으로 생각하지 못하고 살아가거나 부끄러워 상담 한 번 하지 못하는 여성들이 많을 것이다. '이브만의 고민'이랄까?그러나 최근 여성 성기능 장애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여성 성기능의 생리 및 병리기전이 연구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진단과치료법 개발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나라의 여성 성기능 장애에 대한 임상연구는 초보수준. 따라서 미국 등 다른 나라의 통계와연구 성과를 활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역학조사에서 밝혀진 여성 성기능 장애의 빈도는 놀랄만한 수치이다. 여성들이 남성들보다 성기능 장애를 더 많이 겪고 있는 것이다. 성기능 장애를갖고 있는 여성은 전체 여성의 30~50%에 이른다고 한다.
기혼자보다는 미혼, 이혼, 별거자들에게서 성기능 장애가 많았고, 학력 수준이 낮을수록 성기능장애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기능 장애의 대표적인 증상은 성에 대해 흥미나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거나, 성교통증 등이다.
성기능 장애는 크게 4가지로 나뉜다. 이 중 성욕구 장애는 성행위 욕구가 결핍되거나 과거의 성적인 피해에 의해 성 접촉을 회피하는 경우. 성흥분 장애는충분하게 성적 흥분이 일어나지 않는 증상이다. 극치감 장애는 지속적인 오르가즘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이며, 성동통 장애는 성기 통증으로 성생활에 어려움을겪는 경우를 말한다.
장애의 원인은 다양하다. 성추행, 성폭력 등의 성적 충격을 받은 경험이나 종교·사회문화적으로 성회피 교육으로 인한 정신적인 문제가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심혈관계질환, 당뇨병, 갑상선질환, 척추손상 등 신체적 질환과 흡연, 알코올중독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한다. 당뇨병, 심질환, 우울증 치료에 사용되는약물, 피임약 등의 장기복용 역시 성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성기능 장애의 진단은 어떻게 할까? 먼저 환자와 배우자의 전반적인 성생활을 점검하고 다른 육체적 질환, 특정약물의 복용 유무 등을 파악한다.그리고 설문조사 방법으로 성기능 지수를 측정한다. 다음으론 신체검사와 성기의 혈류 및 감각검사를 하고 성호르몬과 간기능 및 신장기능을 진단하기위한 혈액검사를 한다.
치료법은 원인에 따라 다르다. 성상담을 통해 이뤄지는 환자와 배우자에 대한 성교육, 호르몬 보충요법, 혈관 및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치료법 등이 주로 활용된다. 특별한 경우에는 외과적 수술방법도 시도된다. 그러나 여성 성기능 장애의 치료법은 아직 연구가 부진해 남성 장애보다는그 선택의 폭이 좁은 편이다.
글:김교영기자 kimky@imaeil.com
도움말:문기학 교수(영남대의료원 비뇨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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