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단일화 위기의 배경

입력 2002-11-19 12:11:00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통합 21 정몽준 후보의 후보단일화가 중대고비를 맞고 있다. 통합 21의 단일화추진협상단이 18일 단일화를 위한 여론조사방식이 언론에 보도된 것을 문제삼아 전원 사퇴한 것이다.

통합 21측은 민주당측에 대해 여론조사방식에 대한 전면 재협의를 요구하고 나섰지만 민주당은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어 후보단일화는 사태진전여부에 따라 무산될 가능성도 없지않다.

통합 21의 정 후보는 19일 일일전략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합의사항을 공개하지 않기로 해서 나도 보고만 받고 읽어보지도 않았다"면서 "(민주당이)사태의 심각성을 모르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통합 21의 이철 추진단장은 "여론조사 방식이 공개돼 공정한 조사가 불가능해졌는데도 민주당 쪽이 재협의에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이런 사태가 방치되면 심각한 국면에 이를 것"이라고 단일화 무산 가능성까지 시사했다.

이처럼 통합 21이 단일화합의 파기까지 염두에 두고 협상단 전원 사퇴라는 벼랑끝 전술을 구사하고 나서면서 표면적으로는 비공개를 약속했던 여론조사 방식 등이 언론에 유출된 점을 내세우고 있다.

김행 대변인은 "오늘 전체회의에서 두 당의 상황인식의 차이가 크고 이번 유출은 민주당의 의도적인 유출로 규정했다"고 밝혔다. 김 대변인은 "향후 민주당 협상단에 이번 유출의 책임자가 포함돼서는 안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러나 통합 21의 속내는 여론조사의 설문내용 등에 대한 재협의를 노린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단일화합의이후 각 언론사의 여론조사결과 정 후보와 노 후보의 지지도가 역전되면서 합의한 여론조사설문으로는 정 후보의 승산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에 정 후보측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는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에 대한 경쟁력조사로 여론조사를 바꿔야한다는 것이다.

통합 21과 민주당은 19일 오전까지 전화접촉외에는 별다른 접촉을 하지못했다. 협상창구도 닫혔다. 게다가 민주당은 전면적인 재협의는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여론조사 대상기관과 날짜 실무적인 사항 등은 협의할 수 있다는 식의 소극적인 입장이다.

민주당은 "여론조사 시기와 기관을 재고하자는 요청이 와서 응했는데도 왜 이런 사태가 왔는지 유감스럽고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도 원점에서 재협의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선관위가 후보간 TV토론을 한차례로 제한함에 따라 양측은 당초 합의내용을 수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 자리에서 양측이 다시 여론조사방식 등에 대해 재협의를 벌일 가능성이 없지는 않지만 통합 21측은 전면 재협의하지 않으면 협상에 나서지않겠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결국 후보단일화협상이 진전되기 위해서는 노무현 후보와 정몽준 후보의 결단이 필요한 상황이 다가오고 있다. 통합 21측의 주장을 받아들이기위해서는 민주당이 불리한 상황을 감수해야 한다. 후보자리를 양보할 수도 있다는 각오를 하지않으면 재협의는 불가능하다.순항하던 후보단일화가 여론조사방식 때문에 벼랑끝으로 몰리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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