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이나 TV를 통해 자주 만나는 우리 시대의 명사들은 어떤 시를 좋아할까. 시와는 그다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던, 시에는 별로 관심이 없으리라 짐작했던 그들도 힘들고 지칠 때 위로가 되었던 시편들이 남다른 사연과 함께 가슴 속에 남아있었다.
문학사상사가 펴낸 '나를 매혹시킨 한 편의 시'(제6권) 정치·경제·법조계 명사들 편에는 명사들의 애송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만섭 전 국회의장은 이상화의 '나의 침실로'를 애송시로 소개하며, 40여년 정치역정 동안 난관에 부딪혀 외로울 때면 대구 달성공원 상화시비를 찾아 '나의 침실로'를 암송하곤 했다고 밝혔다. '마돈나 밤이 주는 꿈, 우리가 얽는 꿈…'.
김중권 전 민주당 대표는 러시아 시인 푸슈킨의 '삶'이란 시에서 말할 수 없는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고 털어놓았다. 예상치 못한 고난에 처할때마다 이 시를 읊조리며 삶의 용기를 재충전하곤 했다는 것. 대도 조세형과 탈주범 신창원의 변호를 맡아 주목을 끌었던 엄상익 변호사도 '삶'을 애송시로 꼽았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하지 말라…'.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는 김지하의 시 '타는 목마름으로'야말로 자신의 가슴을 대변해 준 진실한 영혼의 울림이라고 했다. 몇구절의 시에 감정의 고저장단은 물론 한 시대의 정서가 고스란히 들어있어 리듬에 실어 노래를 부르며 눈물도 많이 흘렸다고 고백했다.
서청원 한나라당 대표도 이 시를 '언어를 통한 사회 참여의 전범'이라 평하며 야당 국회의원 시절 시보다 시인에게 더 매료됐던 한시절을 회고했다. '…타는 목마름으로/ 타는 목마름으로/ 민주주의여 만세'. 권영길 민주노동당 대통령 후보는 정지용의 '고향'을 통해 생활의 파편들로만 꽉 채워진 머리 속에 고향산천을 떠올린다고 했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추미애 민주당 의원은 "우리 삶이란 아름답게 가꾸어 보기에도 너무나 짧은 미완의 생"이라며, 임현숙의 '하루살이의 노래'란 시를 소개했다. '…하루를 살더라도/ 한순간을 살더라도/ 후회 없이 살고픈/ 내 여린 소망…·'.
경북 김천 출신의 경제평론가 배병휴(전 매일경제 논설주간)씨는 조지훈의 '승무'를, 김정문 알로에 대표이사는 한용운의 '당신을 보았습니다'와 이에 얽힌 얘기를 풀어놓았다. 박관용 국회의장은 한용운의 '나룻배와 행인', 김근태 민주당 의원은 신경림의 '떠도는 자의 노래', 소설 '인간시장'의 작가이기도 한 김홍신 한나라당 의원은 고려시가 '만전춘'을 애송시로 꼽았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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