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의문 발표 안팎

입력 2002-11-16 00:00:00

극적인 순간이었다. 16일 0시40분 회담장인 국회 귀빈식당을 나선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21 정몽준 후보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회동 성과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정 후보의 일성은 "낡은 정치의 틀을 깨기 위해 저의 운명을 국민에게 맡기게 된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였고 노 후보도 "우리 운명은 이제 우리들의 손을 떠나 국민의 손으로 넘어갔다"는 것이었다.

이어 민주당 이낙연 대변인과 통합21 김행 대변인이 8개항 발표문을 모두 낭독하자 양당 관계자들의 환호와 박수가 이어졌다. 이해찬.이상수 의원 등은 정 후보에게 다가가 얼싸안다시피 두 손을 잡았고 김희선.김영진 의원은 눈물을 글썽였다.

극적 타결에 성공한 두 후보와 양당 관계자들은 곧장 민주당사 인근 포장마차로 이동, 소주와 닭발, 오징어 안주로 뒤풀이를 가졌다. 두 후보는 기자의 요청으로 소주잔으로 러브샷을 한 뒤 포옹하기도 했다. 이어 양당 두 대변인끼리 소주 러브샷을 했으며 정 후보가 안주를 입에 넣어주기도 했다.

민주당 이호웅 의원은 "주량으로 후보를 결정한다면 거부하려 했다"고 해 폭소가 터졌고 김원기 단일화추진특위위원장은 "생애에서 가장 감동적인 날"이라고 했다. 노 후보는 "만나보니 의외로 공통점이 참 많더라.

앞으로 어떻게 할지도 생각이 일치했다"고 말했다. 뒤질세라 정 후보도 "노 후보와 얘기를 나눠보니 한미관계와 남북관계에서 공통점이 있더라"고 화답했다.

두 사람간 '단일화 뒤풀이' 행사는 이렇게 20여분간 진행됐으며 두 후보가 모두 귀가한 뒤에도 양당 인사들간의 소주파티는 한 시간이 넘게 계속됐다.

노.정간 회동에 앞서 양측은 단일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지만 시간이 점점 흐를수록 '뭔가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커졌다. 15일 밤 10시27분 국회 귀빈식당에서 회동한 두 사람은 실내를 가득메운 기자들에 둘러싸여 다소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단일화 의지에 대한 질문에 노 후보는 "뜬금없이 나오나요. 잘되면 참 좋고 못나와도 계속 이야기해야죠"라고 했고 정 후보도 "잘 되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서명수.김태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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