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전논술문제

입력 2002-11-15 14:18:00

문) 제시문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사회적인 소수자에 대한 뿌리깊은 편견들을 비판함과 동시에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촉구하는 글들이다. 이를 참고로 하여 사회적 편견들이 생겨나는 이유가 무엇인지 밝히고, 편견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논술하시오.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편견의 구체적인 예를 들고 그 해결책을 제시할 것. 글의 길이는 1,200자 내외(띄어쓰기 포함, ±100자 허용)로 할 것)

(가) 대중들은 지금 '미모의' 트랜스젠더(성 전환자)에 열광하고 있다. 그러나 어쩐지 그녀가 위태로워 보인다. 아직도 우리 사회가 트랜스젠더에게 관대하지 않고, 여전히 그들을 불완전한 존재로 보기 때문일 것이다. 하리수의 등장으로 '친숙해진' 트랜스젠더, 그들의 인권에 대해 이제는 성숙한담론을 벌여야 할 때다.

최근 트랜스젠더의 호적상 성별 정정을 해 줘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를 놓고 법률적.의학적 잣대를 들이대며 대법원에서까지 갑론을박하고 있다.지금까지 있었던 호적 정정 재판은 대부분 원고 패소로 끝나 몸 따로, 호적 따로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판결이 출생과 동시에 타고난 태생적 유전인자(염색체)를 기준으로 삼은 까닭이다.

태생적 성보다 사회적 성에 의미를 둬 성별 전환을 인정해 준다는 외국의 예는 차치하자. 인간은 누구나 행복을 추구할 권리가 있고, 사회는 소수를보호할 위무가 있다는 사실은 초등학생들도 알고 있다.

트랜스젠더가 사회의 성 질서를 문란케 하는 성 범죄자들도 아니고, 성 전환 수술을 촉발하는 것도 아니다.그들이 성 전환 수술을 결심하기까지엔 수없이 자살을 시도할 만큼 아픔과 혼란을 겪는다고 한다. 성적 취향 따위와는 차원이 다른, 목숨 걸고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은 사람들이란 말이다. -김유민, '트랜스젠더 벽 허물자'에서

(나) '비정상'이라는 말은 결코 유쾌하지 않은 이미지를 담고 있다. 엄밀하게 말하면 보통 사람들에 비해 무엇이든 남다른 면이 있으면 비정상이다. 그러니까 특별한 재주를 가졌다거나 타고난 천재들도 비정상이다. 그러나 흔히 통용되는 의미의 비정상성은 그렇게 탁월한 점이 아니라 어딘가 크게 모자란 점을 가리킨다.그래서 사람들은 자신이 비정상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 대단한 공포심을 갖고 있다. 유별나고 예외적인 존재로서 다른 사람들에게 거부당할 것이기 때문이다.(중략)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을 상대적으로 보고 윤리적으로 용납하자는 이야기는 아니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절대적이고 정상적이라고 하는 것들이 많은 경우 전혀 필연적인 근거가 없을 수 있다고 한 번쯤은 의심해 볼 필요가 있다. 사실이 그렇다.

예를 들어 장애인이라는 범주가 뚜렷하게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 같지만따지고 보면 그렇지가 않다. 잘 걷지 못하는 디스크 환자나 심한 위장병으로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하는 사람을 가리켜 장애인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장애'라는 말의 속뜻을 엄밀하게 적용하자면 그 모든 것이 거기에 해당된다. 젊은 사람이 귀가 잘 안 들려 보청기를 끼고 다니면 청각 장애라 하여 매우 측은하게 여긴다. 하지만 눈이 지독히 나빠 안경을 끼지 않으면 일상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에게 웬만해서는 장애인이라는 호칭이 붙지 않는다. 보청기와 안경 사이에 그 엄청난 사회적 위신의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된 것일까?

아마도 숫자의 차이가 아닐까? 마치 대머리가 벗겨진 사람들처럼 말이다. 만일 머리가 벗겨진 남자가 만 명 가운데 한 명 있을까 말까 하다면 그렇게 버젓이 드러 내놓고 다니기가 어려울 것이다. 다행히 그 수가 많기 때문에 비정상이 아니게 된 것이다.

-김찬호, '사회를 보는 논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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