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통신-대선 변수

입력 2002-11-15 00:00:00

각종 여론조사 결과 우위의 지지도를 보이는 이회창 한나라당 후보는 차기 대통령선거 이야기가 슬슬 나오던 일년여 전부터 "지금 이대로만 가면 대선 승리는 어렵지 않다"는 평가를 자주 들어왔다. 국회의원이나 정당 직원, 정치부 기자들도 "다음엔 누가 되겠느냐"는 질문을 받을때면 '이대로 가면'을 전제로 비슷한 대답을 하곤 했다.

한나라당 사람들은 일찍부터 "시간이 빨리 지나갔으면"하는 바람을 감추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만 같으면'이라거나 '빨리 선거가 시작됐으면'이라는 마음은 결국 대선 막바지 생길 수도 있는 의외의 '변수'가 두렵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아들의 병역문제에 이어 DJP 공조라는 의외의 수에 낙마한 이 후보나 한나라당으로서는 당연한 경계다.

현재 정치권이 보는 이번 대선의 최대 변수는 '반 이회창' 연대의 성사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통합21 정몽준 후보간의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예측 불허'라는 게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나고 있다. 그래서 한나라당은 양측의 후보단일화 논의를 "권력 나눠먹기 흥정" "장기집권 음모" 등으로 비난한다.

한때 나라전체를 시끄럽게 했던 이 후보 아들의 병역문제는 어느새 관심권에서 멀어지고 있다. 안기부 자금 사용의혹이나 세풍 등 민주당이 주장해 온 이 후보와 한나라당 관련 여타의 의혹건도 핫 이슈가 되지 못하고 있다.

한나라당 어느 의원은 "이 후보가 살인이나 강간, 간통 등 현장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한 변수가 없다"고 장담한다. 또 다른 의원은 "노-정후보단일화는 이미 변수의 가치를 상실했다"고도 한다. 변수란 의외의 사건임을 전제로 할 때 양자간 후보단일화는 이미 한나라당이 대응하기에 충분한 경우의 수라고 한다.

이처럼 대부분의 한나라당 사람들이 변수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지만 여전히 변수를 두려워하는 이도 있다. 대통령 자리는 결국 유권자의 선택에서 나오는 만큼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여론의 향배가 최대 변수라고 한다.

대선승리를 위해 똘똘 뭉쳐 있는 한나라당에서 얼마전 적지않은 소장파 의원들이 자민련과 민주당 탈당 의원들의 입당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는성명을 발표했다. 대선 승리만이 지상과제가 아니라는 입장이었다. 어느 의원은 "최근들어 말빨이 먹힌다"며 "권력이 좋기는 좋은 모양"이라고 하기도 했다. 또 다른 모 지역 의원은 "후보실 주변의 사람들을 마주치면 본 체 만체한다"고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

현정부의 비리의혹을 심심찮게 폭로한 홍준표 의원은 권력의 속성을 두고 '망각'이라고 했다. 권력을 차지하고 나면 과거사는 잊은 채 대신언제까지나 이어질 것으로 착각하고 만다는 것이다. 노-정 양자가 후보단일화의 실패가 대선 패배로 이어진 과거사를 망각하지 않거나 살얼음판을걷는 듯 여론을 살펴온 온 한나라당이 야당시절의 의지를 잊어버린다면 이 것이 이번 대선의 변수가 되지는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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