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농촌 살릴 청사진 제시하라

입력 2002-11-14 14:50:00

농업 개방에 대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 농민 대표들은 13일 서울 여의도에서 대규모 집회를 갖고 앞으로 대정부 강경투쟁의 고삐를 늦추지 않을 조짐이다. 이는 정부가 그동안 세계무역기구(WTO)와 우루과이라운드(UR)는 물론 중국산 마늘 파동, 한-칠레 FTA협상 등에서 보였듯이 농업은 늘 뒷전에 밀렸고 그러면서도 우리 농업이 살아남을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농민들은 지금 2004년 도하개발 아젠다(DDA) 농업분야 협상에서 지금보다 훨씬 강도가 높은 농업분야의 개방압력의 파고가 몰려올 전망이어서 이대로 가다가는 우리 농업 전체가 회생불능의 상태로 내몰릴 것이란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농촌은 UR협정이행 이전인 94년 농가 소득이 도시근로자 가구소득의 99.5% 수준이었으나 2000년에는 80.6%로 떨어졌고 반면 농가 부채는 789만원에서 2천21만원으로 불어나는 등 점차 피폐일로를 걷고 있다. 거기다가 젊은 사람은 도시로 떠나고 노령층만 남아 농업인구 자체가 급격히 줄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와 정치권은 지금까지 감산정책과 증산정책 사이에서 우왕좌왕하며 쌀시장 안정 등 제대로 된 농정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농민대표들이 내건 8개항의 요구사항을 정부나 정치권이 얼마나 받아 들일지는 의문이다. 그중에는 경제원리나 국가신인도 때문에 100% 받아 들이기 어려운 사항도 있다. 가장 핵심사항인 쌀시장 개방 문제도 쌀산업 경쟁력이 미국보다 강한 중국이 WTO에 가입해 개방압력에 가세하고 있는 등 우리의 입지는 점차 좁아지고 있어 딱하기만 하다.

2년은 금방 다가온다. 정부와 정치권은 농정이 이제 피할 수 없는 일대 전환기를 맞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농업을 살릴 수 있는 대책을 하루빨리 세워야 한다. 농가 소득을 보전하고 농업 경쟁력을 높여 농촌의 삶의 질을 높이는 종합적인 농업 발전 청사진을 제시해야 농민들이 거리에서 농촌으로 되돌아 갈 것이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