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 만남 이뤄질까

입력 2002-11-13 14:32:00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 21 정몽준 후보가 '후보회담'을 수용함에 따라 단일화 성사여부는 후보회담으로 넘어갔다. 양측은 13일 오전 후보회담 준비를 위한 실무접촉을 갖고 일정과 의제 등의 협의에 나섰다.

그러나 노 후보와 정 후보가 단일화를 둘러싸고 서로 상대방이 받기 어려운 조건의 제의와 역제의를 거듭하는 등 후보단일화 협상의 주도권을 둘러싸고 기싸움만 벌이고 있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단일화 협상의 물꼬는 노 후보가 10일 'TV토론 후 여론조사'를 통한 단일화 방안을 전격적으로 제안하면서 터졌다. 그러나 통합21측은 11일 양측이 동수의 대의원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하자며 역제의를 했다. 탈당 등의 당내분을 겪고 있는 노 후보측의 상황을 십분감안한 역제안이었다.

정 후보는 12일 오전 직접 만나서 논의하자며 후보회담을 전격적으로 제안했고 이에 노 후보는 후보회담을 수용하되 "후보단일화를 이뤄내는 후보회담이 돼야 한다"며 예비접촉을 제의했다. 이에 통합21은 "조건없이 만나자는 것이 정 후보의 뜻"이라면서도 실무접촉을 수용했다.

이처럼 양측이 후보단일화의 방법론 등에 대한 진전된 협상보다는 자신들의 주장만 제기하고 나섬에 따라 협상의 전망을 쉽사리 속단하기가 어렵다.

후보회담이 성사된다면 두 사람간의 담판을 통해 후보단일화가 전격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양측은 모두 자신들이 이기는 상황의 후보단일화만 상정하고 있어 후보단일화 결렬에 대비한 명분축적을 위해 나서는 모양새라는 지적까지 있다.

정 후보는 노 후보와의 후보회담을 제의하면서 "굳이 실무접촉이 필요하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 "두 사람이 모든 것을 논의할 수 있다"는 전향적인 자세를 보였다. 하지만 정 후보식의 후보회담이 지난번 미래연합 박근혜 대표와의 회동과 같은 결론없는 회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며 경계하는 분위기도 강하다.

이런 때문인지 양측은 서로 "의지가 있느냐"며 상대측의 단일화 의지를 의심하고 있다. 그래서 양측이 모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만 사실은 자신으로의 단일화를 모색하되 결렬될 경우 상대측에 책임을 떠넘기려는 전술적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날 양측은 노 후보의 신계륜 비서실장과 정 후보의 박범진 실장을 중심으로 예비접촉에 나섰지만 이를 후보단일화의 또다른 협상으로 여기는 노 후보측과 단지 후보회담 성사를 위한 예비접촉으로 간주하는 통합21측의 시각은 여전히 부딪치고 있다.

서명수기자 diderot@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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