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곡리 소나무숲 지키기'

입력 2002-11-13 12:15:00

"마을과 동고동락을 함께하고 신성시해 온 소나무들을 주민들의 동의없이 다른 곳으로 옮겨심을 수 없습니다". 영주시 부석면 임곡1리 100여명의 주민들이 동네 뒷산에 우뚝 서 있는 수백년생 소나무 숲 지키기에 나섰다.

주민들이 인가와 불과 10여m도 떨어지지 않은 곳의 소나무숲을 지키겠다고 나선 데는 최근 이마을 출신으로 현재 미국에서 살고 있는 산주가 이곳 소나무에 대한 권리를 한 조경업자에게 위임하면서부터다.

이 조경업자는 11일 24그루의 소나무 중 20그루를 내년에 완공될 영주시 적서동 한국담배공사 영주신제조창내 시민공원에 옮겨심기 위해 영주시청으로부터 굴취허가를 받아 소나무 분뜨기작업을 하다 주민들의 반대에 부딪쳐 작업을 중단했다.

김종철(43)이장은 "이 소나무 숲은 그동안 사실상 동네 주민들이 관리해 오면서 마을과 함께 동고동락해 온 우리 마을을 상징하는 나무요, 주민들이 쉼터로 활용해 온 안식처"라며 "주민들의 정서를 무시하고 다른 곳으로 반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신상녀(71)할머니는 "동네 회관을 새로 짓기 이전에는 이 소나무 숲에 동민들이 모여 풋굿을 하고, 동네의 주요 일들을 의논하는 장소로 이용됐다. 주민들과 함께 살아온 소나무를 다른 곳으로 옮겨 심을 수 없다"고 반발했다.

이 동네 주민 대표들은 "정상적인 허가절차를 거쳐 소나무 굴취허가를 받았다고는 하나 인가와 불과 10여m도 떨어져 있지 않고, 정서적인 측면을 고려하지 않고 동네의 상징물과 같은 소나무 숲을 다른 곳으로 옮겨심지 못하도록 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조경업자는 "이들 소나무들이 동네 뒷산에 서 있는 것 보다는 많은 시민들의 휴식공간으로 활용될 영주신제조창 시민공원에 옮겨심는 것이 더 좋겠다는 산주의 뜻에 따라 권리를 위임받아 분뜨기 작업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영주시청 김태규 산림보호담당은 "주민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어 우선 조경업자에게 당분간 작업 중지를 요청했다. 주민들과 조경업자들간 협의를 통해 절충점을 찾을 수 있도록 중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상적인 허가절차를 밟았다 하더라도 마을의 '정서와 상징물'인 소나무를 지키려는 주민들과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합법을 강조하면서 옮겨심으려는 조경업자간 마찰이 어떤 결말이 날 지 주목되고 있다.

영주.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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