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정보회사 성업 - "떼인 돈 찾아드립니다"

입력 2002-11-13 00:00:00

섬유임가공업자인 장모(47.대구 이현공단)씨는 지난해 거래업체 사장 ㅈ씨가 고의 부도를 낸 뒤 잠적하는 바람에 8천만원의 납품대금을 받지 못해 애를 태우던 중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신용정보업체를 찾았다.

채권 회수를 의뢰받은 신용정보업체는 3개월간의 추적 끝에 경북 김천에서 국유림을 장기 임대해 목장을 운영하고 있던 ㅈ씨를 찾아냈다. ㅈ씨는 거기서도 삼림을 훼손하고 무허가 건축물을 짓는 등 불법을 저지르고 있었다. 당초 ㅈ씨는 "돈 없다"며 막무가내로 버텼지만 신용정보회사의집요한 설득과 압박.종용에 결국 '백기'를 들고 8천만원을 내놓았다.

생돈을 떼인 채권자는 엄청난 재산 손실에 화병까지 생겼지만 정작 남의 돈을 떼어먹은 채무자는 빼돌린 재산으로 호의호식하는 일이 다반사로 벌어지고 있다.특히 요즘에는 개인워크아웃이니 부채탕감이니 하면서 채무자의 권익이 부각되다 보니 상대적으로 채권자의 권리가 외면되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채무자가고의 부도를 냈고 숨겨 놓은 재산도 많다는 소문도 파다하지만 물증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는 채권자들이 어디 한 둘이랴.

이와 같은 어려움에 빠져 있다면 신용정보업체를 찾아봄직하다. 신용정보업체는 채권추심(채권자 대신 나서 빚을 받아주는 것), 신용정보조사 등을 하는 회사를 말한다.

채권추심을 의뢰받은 신용정보업체들은 채무자의 소재 파악에서부터 재산과 신용상태 등을 조사한 뒤 법이 허용하는 범위내에서 채무자가 빚을 갚도록 독촉해 돈을 받아낸다. 회수 대상은 상거래에서 발생한 채권으로 한정되며 개인간 금전거래에 대한 추심은 아직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았다.

채권 회수에 성공했을 때 신용정보업체들은 일반채권의 경우 회수금액의 최고 20%까지, 어음.수표.부도채권.대손상각 채권 등 악성채권(특수채권)의 경우 최고 30%까지를 수수료로 받는다.

채권 회수 성공률은 5~10% 정도라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돈을 돌려받기 위해 가압류.소송 등 법적 절차를 밟아야 할경우 필요 경비는 의뢰인이 부담해야 한다.

신용정보업은 IMF형 업종이다. 지난 몇년새 우후죽순처럼 설립돼 포화상태를 맞고 있다. 따라서 채권회수 성공률을 높이고 회수에 소요되는 시간도 단축시키기 위해서는 인지도가 높고 전문인력이 많은 대형업체를 고르는 것이 좋다.

신용조사 및 채권추심 업무는 '신용정보의 이용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인가받은 신용정보업체만 허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으로부터 허가를 받은 신용정보업체 가운데 현재 대구.경북에서 영업중인 곳은 16곳이다.

금감원 허가를 받지 않은 채 '신용정보'라는 상호만 내걸고 영업하는 불법업체는 피하는 게 좋다. 이런 업체 가운데에는 채무자를 협박하거나 폭행하는 등불법을 저지르고 있는 곳도 있다. 채권추심을 의뢰했다가 자칫 폭행교사죄로 처벌받는 불상사를 당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합법 여부는 금감원 홈페이지(www.fss.or.kr)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신용정보업체가 하는 또 하나의 업무는 신용조사다. 의뢰인의 거래상대방에 대한 각종 신용정보를 수집.분석해 주는 일이다. 거래 전 상대방의 신용상태에대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 부실채권이 발생하지 않도록 도와주거나 빚을 갚지 않는 채무자의 재산상태를 조사하는 일도 포함된다. 그러나 대부분의신용정보업체들은 타산성을 이유로 신용조사보다는 채권추심에 주력하고 있다.

채권회수는 아웃소싱(외주)에 이점이 많은 업무다. 부실채권 회수를 위한 전담 부서와 인력을 사내에 두기보다는 신용정보업체와 채권추심 계약을 체결하는 것이 비용이 적게 들고 효율성도 높다.

고려신용정보 박종진 대구지사장은 "의뢰인 가운데는 거래 상대방의 인적사항조차 모르는 이들도 많은데 이 경우 채권추심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거래를시작하기 전에 상대방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확보한다는 자세가 부실채권을 방지하는 요령"이라고 조언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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