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러, 체첸문제 이견 여전

입력 2002-11-12 15:00:00

유럽연합(EU)-러시아 정상회담이 11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개막됐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EU 순회의장국인 덴마크의 안데르스 포그 라스무센 총리는 이날 정상회담을 열어 대테러 공조, 칼리닌그라드 주민들의 통행 문제와 체첸 사태 등에 대해 논의했다.

◇대테러 공조=EU와 러시아는 테러에 대처하기 위해 더욱 긴밀히 협력할 것을 약속하는 '이행계획'을 마련하는 데 합의했다.

이에 따라 EU와 러시아는 "테러 조직이나 그에 관련된 단체의 구성원들의 행동과 움직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게 되며 "무기 및 폭발물의 확산"을 막기 위해 함께 노력하기로 했다.

◇칼리닌그라드 주민 통행= 칼리닌그라드주는 리투아니아와 폴란드 등 주변국이 오는 2004년 EU에 가입하면 이들 국가에 둘러싸이는 형국이 돼 주민들이 이들 국가를 거치지 않고는 러시아를 왕래할 수 없게 된다.

러시아는 이에 대해 칼라닌그라드주 주민의 자유 통행권이 보장돼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반해 EU 국가들은 칼리닌그라드주 주민이 다른 곳으로 여행하기 위해서는 비자를 발급받아야 한다고 맞서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해 왔다.

그러나 이번 정상회담에 참석하는 양측 대표단은 지난주 모스크바에서 열린 협상을 통해 "양측의 입장이 한층 가까워진 상태"라며 합의안 도출에 기대를 나타냈다◇체첸 문제=지난달 모스크바 극장에서의 인질극 무력 진압으로 수백명의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을 기점으로 체첸 사태도 양측의 핵심 논의 사안이 됐다.

라스무센 총리는 체첸 사태와 관련, "테러 문제로만 볼 수 없다"며 "정치적인 해결"을 러시아 측에 촉구했다. 이는 체첸 정권을 테러 주모세력으로 몰아붙여 체첸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려는 러시아의 입장에 반하는 것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러시아는 그러나 체첸 문제에 대해서는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세르게이 이아스트르옘브스키 체첸 문제 수석은 이날 회담을 앞두고 "더이상 마스하도프를 합법적인 협상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고 일침했다. 이에 앞서 푸틴 대통령은 10일모스크바 극장 인질극과 관련, 마스하도프 대통령을 '살인자'라고 강도높게 비난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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