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시립미술관 백년하청

입력 2002-11-12 14:00:00

지역 문화예술계의 숙원인 대구시립미술관 건립이 또다시 불투명해져 대구시의 주먹구구식 행정이 도마위에 올랐다.대구시는 최근 2003년도 예산안에 시립미술관 건립비로 10억원만 책정, 내년내 착공이 사실상 어렵게 됐다. 대구시는 "내년 예산 사정으로 시립미술관 부지 매입에 필요한 70억원중 이번에 감정평가, 지표조사 비용 10억원을 배정하고 내년 3,4월 추경에 나머지 예산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렇지만 대구시의 장담대로 내년초 부지 매입비가 확보된다 하더라도, 공사 진입도로(530m) 매입 및 건설에 최소한 108억원이 추가로 필요하다는 사실이 새로 밝혀져 몇년내에 착공이 불가능한 상태다. 최근 대구시는 완공시기를 당초 2003년에서 2008년으로 늦춰 잡았지만, 대구시의열악한 예산사정과 공사 진입도로 확보라는 돌발 변수로 인해 그것마저 쉽지않은 실정이다.

대구시 관계자들은 내부적으로 수성구 내환동 시립미술관 건립예정지 인근에 들어설 야구장이나 동물원 등의 공사가 본격적으로 시작돼야 도시계획에 맞춰 공사 진입도로 확보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시립미술관은 프로야구 한국시리즈에 우승한 삼성이 전용구장을 언제 건립할지에 따라착공여부가 결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에 놓여있는 셈이다.

한 미술계 관계자는 "대구시가 건립 예정지 주변 여건을 전혀 알리지 않은채 몇년내에 시립미술관이 세워질 것처럼 공언해온 것은 시민들을 기만하는행위"라고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미술도시'로 불리는 대구가 당분간 미술관 하나없는 도시라는 오명을 계속 뒤집어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시립미술관은 지난 97년 미술인들의 요구로 건립추진위를 구성, 99년 설계공모작이 확정됐고 올해초 실시설계가 끝나 착공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다.500억원을 들여 수성구 내환동 월드컵경기장 뒤편 대구대공원 부지에 건립될 미술관은 대지 2만1천여평, 지상2층, 지하1층(연건평 3천1백여평)의 전시공간으로 계획돼 있다.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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