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야기-컬렉터(7)

입력 2002-11-12 14:30:00

"요즘은 진정한 컬렉터가 없어…". 한 화랑사장은 컬렉터들의 작품 구입태도에 불만을 털어놓곤 한다. 요즘 컬렉터들은 신인작가 작품은 아예 거들떠보지도 않고, 시장에서 검증받은 안전한 작품만 고른다는 것이다.

IMF사태 이후 이런 경향이 더욱 뚜렷해졌다. 그전에 3,4천만원하던 원로작가 작품이 몇년새 1천만원 아래로 떨어진 현실과 맞닥뜨리자, 몸조심(?)하는 컬렉터들이 대부분이다. 컬렉터층이 크게 변했다. 부동산 투기붐이 한창이던 80년대 후반부터 90년대초반까지 뭉칫돈을 들고 그림을 싹쓸이하던 투기성 컬렉션이 거의 사라졌고, 미술애호가 중심의 소수 컬렉터만 남아 있다.

꽤 큰 사업을 하는 컬렉터의 얘기. "요즘에는 친분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한두점 살 뿐 되도록 화랑에 나가지 않으려 해요. 집에 그림이 쌓여 있는데다 당장 현금화 할 수 있는 작품도 거의 나오지 않아요".

미술시장에는 박수근 이중섭 등 몇몇의 작품만 천정부지로 뛰고 없어서 못팔 정도지만, 그외 작가들의 작품은 제대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중견작가들은 컬렉터와의 친분, 사회적 관계 등으로 인해 그런대로 생활한다지만, 의욕 외에는 아무것도 내세울 것 없는 신인작가들은 고달프기 짝이 없다.

컬렉터의 가장 중요한 요건은 유망한 신인작가를 제대로 알아보는 일이다. 무명시절 작품을 사뒀다 유명작가가 된 먼훗날 몇십배, 몇백배 가치로 뻥튀기(?)하는 짜릿함, 바로 그것이 컬렉션의 가장 큰 재미다.(사실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를 가장 멋지게 해낸 인물로 맥타가트(86) 전 영남대교수가 아닐까 싶다. 대구사람으로 반평생을 살았던 그는 50년대 지역 유일의 화랑이었던 대구미문화원 원장으로 있을 당시 이중섭 전시회를 열어 그의 작품 2점을 샀다.

미술에 조예가 있던 그는 훗날 그 그림들을 팔아 매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훌륭한 일을 했다또다른 사례. 성조기를 그려 유명해진 미국의 팝아트작가 제스퍼 존스가 무명시절 한 컬렉터에게 몇백달러의 헐값에 그의 대표작이라 할만한 작품을 팔았다.

훗날 그 컬렉터가 미술관에 그 작품을 수십만달러에 팔았다는 얘기를 듣고, 주위 사람들은 존스에게 기분나쁘지 않으냐고 물었다. 존스 왈 "오히려 기분좋은 일입니다. 그 컬렉터의 안목이 탁월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해야죠…".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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