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기 줄타기'박근혜 재입당론

입력 2002-11-12 14:37:00

초읽기에 들어간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의 한나라당행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박 대표의 행보를 두고 '곡예'로 보는 시각과 '대의를 좇는다'는 평가가 엇갈리고 있는 것.

◇박근혜 변수=지난 2월말 한나라당을 전격 탈당할 당시만 해도 정치 지형도는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와 이인제 민주당 고문의 양자대결에 '박근혜 변수'가 개입,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이었다. 일각에서는 반창(反이회창)·반IJ(反이인제) 정서를 대변하는 신당의 후보로 대선정국에 파란을 일으킬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민주당 후보경선을 통해 '노풍'이 점화되면서 박근혜 변수는 사그라졌다. 미래연합은 당세 확장에 실패, 1인 정당으로 몰락했다. '되는 곳에만 후보를 내겠다'며 도전장을 낸 지방선거에서도 완패,

'박근혜 변수는 찻잔 속 태풍'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대구·경북 여론도 냉담했다.◇홀로서기와 정치적 재기=그러나 노풍이 잦아지고 '정풍'이 몰아치면서 박근혜 변수가 다시 부상했다. 정몽준 후보의 인기가 급상승하면서 박 대표의 정치적 재기 가능성도 커졌고 양자간 제휴가 엄청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정 후보로선 박 대표를 통해 이 후보의 영남표를 쪼갤 수 있을 것으로 판단했고, 박 대표 역시 정치적 재기를 노려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후보의 인기가 정체상태에 머물면서 상황은 다시 달라졌다. 박 대표는 정치권의 예상을 깨고 정 후보와의 연대에 뜸을 들였고 정 후보와 거리를 두었다. 표면적으로는 통합21에 강신옥 전 의원이 창당기획위원장에 참여한 것이 빌미가 됐다.

◇한나라당 복귀=이 과정에서 한나라당 입당 가능성이 불거져 나왔다. 이 후보쪽으로서는 노·정 후보단일화라는 돌발 변수에 박 대표가 가세할 경우, 대선 구도가 혼미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박 대표의 영입을 적극 타진했다. 박 대표도 "11월 중순께 지지후보를 밝히겠다"며 모든 후보에게 가능성을 열어 놓는 모양새를 취했다. 그리고 이·정 후보에다 장세동 후보까지 만난 뒤 10일 이 후보와의 만남을 계기로 한나라당 쪽으로 확 기울었다.

민주당은 '명분을 잃었다'고 '철새론'을 편다. "이 후보를 제왕적 총재라고 비판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했는데 지금 상황이 뭐가 변했느냐"고 한다. 일부 한나라당 의원들도 "박 대표의 복당이 대선승리에 얼마만큼 도움이 될지 모르겠다"는 입장이다. 이래저래 정치권은 대선을 30여일 앞두고 다시 한번 철새논쟁에 휘말리게 됐다.

김태완기자 kimch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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