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에서 부활한 고교생 김정남군

입력 2002-11-12 00:00:00

수능 시험이 끝나고 고3들은 한숨을 돌렸다. 하지만 지금도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과 승강이를 계속 중이다. 자녀는 그것을 간섭이라 하고, 부모는 게임에나 매달리려는 자녀를 못 미더워한다.

대구공고 2년 김정남(17)군은 중3때의 담임선생님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중 1, 2학년 때 그의 성적은 전체 410명 중 꼴찌 수준. 말썽만 피웠고, 중2 때는 큰 일을 쳐 경찰서를 거쳐 대구구치소 신세까지 졌다. 주위의 시선은 당연히 '불량학생'. 김군은 반성하고 학교로 돌아왔지만 선생님이나 친구들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하루하루가 너무 힘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전기가 찾아 왔다. 중3 첫날 새로 만난 담임 선생님이 김군에게 말했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할 수 있다. 그 실수를 반복만 하지 않으면 돼!" 김군은 이 말씀이 자신의 삶을 바꿔놨다고 했다. "엄하기로 유명한 분이셨습니다. 그런데 저를 보시더니 '믿는다, 난 너를 믿어'라고 하셨습니다. 믿어주는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격했습니요".

그날 이후 김군은 선생님을 실망시키지 않으려 공부에 열중했다. 성적이 중상위권으로 올랐다. 친구들은 '커닝'한 것 아니냐는 식으로 의심의 눈초리를 보냈다. 그러나 선생님은 또다시 "너무 잘 했다"고 격려해 주셨다. 김군은 더욱 분발하고 싶어졌다.

시간이 지나자 드디어 친구들도 김군의 변화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김군은 3학년 2학기 때 투표로 실장에 뽑혔다. 고교 진학 후인 지금도 학급 부실장으로 활동 중이다. 고교 2년간을 같은 반에서 지내는 친구 현민(17)군은 "사고까지 쳤다는 얘기가 믿기지 않는다. 정남이는 그저 넉살좋고 마음씨 착한 친구일 뿐"이라고 했다

김군은 방학 때마다 우체국.박물관 등을 찾아 봉사한다. 남을 돕는다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 깨달았다고 했다. 얼마 전에는 EBS 청소년 드라마 '학교이야기'에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했다. 지금 김군의 꿈은 배우가 되는 것. "배우가 돼 내 경험을 바탕으로 청소년기의 탈선.방황을 지혜롭게 헤쳐가는 얘기를 들려주고 싶습니다. 지켜 봐 주세요".

김군의 사표가 됐던 이해석 교사는 "정남이가 변하는 모습에 주위가 많이 놀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믿음만이 사람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 자신의 교육 철학이라고 했다.

문현구기자 brand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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