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후보 밀착 인터뷰-한나라당 이회창후보

입력 2002-11-11 14:31:00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어투엔 나지막하지만 자신감이 가득 묻어 있었다. 그러나 일부 사안에 대해서는 꼬투리를 잡히지 않으려고 조심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이 후보는 지난 9일 매일신문과의 인터뷰를 통해 대구.경북 지역에 대한 자신의 애정을 강조하며 '지방분권'과 위기에 처한 지방 경제를 살리기 위한 구상들을 밝혔다.

-지방에서 거세게 일고 있는 지방분권 운동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며, 지방분권 운동에 대한 견해를 밝혀달라.

▲이틀 전 대구에서 '지방분권 국민운동' 창립 대회가 열린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의 지방자치는 '2할 자치'라는 자조섞인 말까지 나오고 있다. 역대 정권의 수도권 규제 정책은 실패했으며 특히 IMF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수도권 집중은 거의 통제불능의 상태로 심화되고 있다.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서 불균형을 시정해야 하며 단호한 정치적 결단이 필요하다. 시민단체에서 주장하는 '지방분권 10대 과제'는 제가 가지고 있던 생각과 큰 차이가 없다.

-지방분권과 관련 대기업의 본사 지방 이전 유인책이 자칫 경제논리보다는 정치논리에 치우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나.

▲모 후보가 그런 방안을 주장하고 있지만, 민간기업의 본사를 정부가 강제적으로 옮길 수는 없다. 거듭 말하지만 민간기업을 세금 감면 정도의 유인책을 갖고 정치적 논리로 지방으로 '밀어내는 방식'은 실효성이 없다. 저는 그 해법으로 국가공공기관이 솔선해 지방으로 먼저 옮기고 지방에서 유관 민간기업을 자연스럽게 '불러오는 방식'을 택하고 이전 민간기업에 다양한 인센티브를 주고자 한다. -지역별 초일류 대학 육성 방침과 대학별 지역할당제 및 대기업, 공기업의 지역할당제에 대한 견해는.

▲지방대 육성이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지방분권의 핵심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우수교원 유치와 연구비 지원, 교육시설 개선 등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사업에 보다 많은 지원을 할 수 있는 '지방대학육성특별법'이 빠른 시일 내에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지방대 졸업생들의 취업난을 고려, 한시적으로라도 정부 기관의 인재 등용시 지방대 졸업생의 일정 비율 채용을 의무화하는 '지역 할당제'를 도입할 것이다. 그러나 학교별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각 대학의 입학과정에 지역할당제를 획일적으로 강제하는 것은 무리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지방분권과 관련된 공약은 97년에도 일부 나온 것들이다. 하지만 김대중 정부도 그랬지만 선거가 끝나고 나서 실천이 되는 것은 거의 없다.

▲집권하면 임기 초부터 '지방분권추진계획'을 세울 것이다. 이 '계획'에는 국가와 지방의 사무 기준의 설정, 지방이양 절차 및 사후 관리 등에 관한 전반적인 내용을 담을 것이다. 이를 토대로 지방분권화를 재정적 법률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도록 '지방분권특별법'을 조속히 제정하도록 하겠다.

-수도권 집중 억제를 이야기하면서 역대 정부는 계속해서 수도권 신도시 건설을 추진해왔다. 수도권 신도시에 대한 의견을 밝혀달라.

▲수도권 안에서도 인구와 산업을 재배치해야 하며, 또한 비수도권 지역으로도 분산시켜야 하는 '이중 분산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당면한 수도권의 주택난 완화를 위해서는 대규모 신도시를 건설하기보다는 자족 기능을 갖춘 환경 친화적 미니 신도시를 분산해서 건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경부고속철과 관련, 대구 구간 통과공법에 대한 논란으로 완공이 지연될 것으로 우려되는 데 한나라당은 당초 목표 연도 내 고속철 완전개통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다.

▲대구구간 통과 공법은 무엇보다 낙후된 대구를 발전시키는 것은 물론 지형적 조건과 건설비용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할 것이다. 제가 집권하면 대구구간 통과 공법과 관련된 방안에 대한 타당성 검토를 조속히 마무리짓고 시민들의 의견을 수렴, 최대한 빨리 결론을 내리도록 할 것이다.

-한방 식약청의 대구 유치에 대한 입장은.

▲대구는 인프라가 좋다. 대구를 한방바이오의 중심지로 한다면 국내의 문제가 아니라 동남아쪽까지 한방의 중심지 역할이 가능하다. 정부 기구에 관한 문제는 전체적 기능과 개혁의 틀안에서 말해야 하지만 적극 지지하겠다.

-민국당 김윤환 대표와 한국미래연합 박근혜 대표, 박태준 전 총리, 나아가 이인제 의원 등에 대한 복당 추진 움직임이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 이들의 영입이 득표에 도움을 준다고 보는가.

▲그 분들이 우리 당에 들어오거나 안 들어오거나를 떠나서 우리와 뜻을 같이하고 힘을 보태준다면 좋은 일이 아니겠는가. 여러 번 강조했지만 저와 우리 당은 이번 대선에서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루어 국민대통합의 시대를 열어나가고자 한다.-'뜻을 같이 하면 과거는 묻지 않겠다'는 이 후보의 전략을 놓고 일부에서 마구잡이 식 영입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저나 우리 당이 무슨 영입전략이나 계획을 갖고 누구를 만나거나 접촉하지는 않는다. 최근 우리 당에 온 분들은 정권교체와 국민통합의 큰 길을 걷겠다고 우리와 뜻을 같이 한 것이다.

-92년 대선 당시 압도적 지지를 보낸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 집권 직후 대구민심은 등을 돌렸다. 이 후보가 집권할 경우 지역정서가 머지않아 등을 돌릴 것이라는 전망도 없지 않다.

▲저는 대구·경북 여러분들에게 무어라 감사의 말씀을 드려야 할지 모를 정도로 은혜를 입어 왔다. 이 곳 분들은 현 정권 5년 동안 저와 우리 당을 파괴하려는 온갖 탄압에 든든한 방패막이 되어 주었다. 제가 대통령 후보가 될 수 있도록 대구·경북지역이 힘껏 밀어주기에 오늘 이 자리에 나온 것이다. 저는 지난달 이 곳에 왔을 때 "정치를 떠나 한 인간으로서 눈을 감는 그 날까지 제 가슴속에 영원히 남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이 후보의 대북정책에 대해 비난하고 있는데 그래서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후퇴하고 대화가 중단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분명히 말하지만 집권하면 북한에 대해 원칙을 분명히 하되 대화와 협력의 문을 활짝 열 것이다. 북한이 지금까지 나에 대해 갖가지 비난을 하고 있으니, 내가 집권하면 남북관계가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하는 것도 어쩌면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이는 상당히 순진한 발상이다. 그렇게 비난하던 일본에 대해서도 납치문제를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을 보지 않았는가. 미국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북한의 변화 실험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도움이 없이는 안 된다. 남북 간의 건전한 협력관계가 북한으로서도 필요하다.

-부인을 비롯한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이 이 후보의 정치적 판단에 어느 정도 영향을 주는가.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이 후보의 엘리트주의와 강성 이미지를 우려하고 있다.

▲제가 정계에 입문한 뒤 가정에 돌아와서 정치활동과 관련된 이야기를 그렇게 나눈 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강성으로 보이는 것은 아마도 현 정권의 갖은 핍박에 맞서 우리 당을 지키고자 투쟁했던 모습이 국민들에게 과장되게 비쳐졌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엘리트주의가 우려된다고 했는데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제가 대통령이 되면 최우선적으로 하고자 하는 것이 국민대통합이다. 이를 위해 저는 각 분야에서 유능하고 신망 받는 분들이 골고루 국정에 참여토록 할 것이다. 편협 되고 아집에 집착하는 엘리트주의에 빠지는 일은 결단코 없을 것이다.

전경옥 부국장

박종봉 사회1부장

홍석봉 정치1부장

정리.이재협 기자 ljh2000@imaeil.com

사진.이채근 기자 minch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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