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우승하던 날-밤거리 휘감은 "최~강 삼성"메아리

입력 2002-11-11 00:00:00

삼성의 드라마 같은 우승으로 막을 내린 230분간의 피 말리는 경기가 끝난 뒤에도 한 시간 넘도록 1만2천여명의 관중들은 자리를 뜨지 않고 폭죽을 터뜨리며 '최∼강 삼성'을 연호, 월드컵 때의 감동을 재현했다.

경기장 부근으로 지나가던 차들은 '빠방 빵 빵빵' 하는 월드컵 경적을 다시 울렸고, 일부 중고생들은 삼성 깃발을 흔들며 밤거리를 '최∼강 삼성'으로 메웠다. 경기 시작이 5시간이나 남았던 10일 오전 9시쯤부터 대구 시민운동장 야구장에는 수천명의 시민들이 몰려 우승에의 염원을 보여줬다.

길게 줄 섰던 시민들은 한 시간만에 입장권이 동나자 암표 구하기 전쟁을 벌였다. 경기 시작 한 시간 전쯤엔 1만2천원 짜리 입장권 값이 3만원까지 치솟았으나 그마저 30여분만에 동났다.

이를 노린 듯 ㅅ카드사는 입장권 2장을 무료로 주는 조건으로 회원 가입 마케팅을 벌이기도 했다. 한 주부 모집원은 "이런 방법으로 30여명의 회원을 모았다"며, "오늘 이기지 말고 7차전까지 가면 더 많이 가입시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오에 입장이 시작되자 좋은 자리를 먼저 차지하려는 줄 서기 경쟁이 또 벌어졌다. 경기장은 오후 1시쯤 이미 만석을 이뤘다. 계단·통로는 물론 펜스에까지 관중들로 가득 찼으며, 여러 출입구는 경기 시작 20~30분 후에도 미처 입장을 완료하지 못한 시민들로 혼잡을 빚었다. KBO는 좌석수 대로 입장권을 1만2천장만 팔았다고 했으나 일부에서는 판매량이 2만매 가량 되는 것 같다고 짐작키도 했다.

오후 2시 경기가 시작된 후 시민들은 일구 일구에 탄성과 아쉬움을 연발했다. 홈팀이 점수를 낼 때마다 한마음이 돼 함성을 지르고 파도타기를 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월드컵 때처럼 이번엔 라이온즈를 상징하는 대형 깃발이 관중석을 뒤덮었다.

마침내 9회 말. 홈런 2방으로 기적 같은 대역전극이 일어나자 관중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를 얼싸안으며 감격의 눈물을 흘렸다. 친구 10명과 함께 경기장을 찾았다는 오성고 3년 김태규(19)군은 "이렇게 기쁜 적이 없었다"며 "수능으로 쌓인 스트레스가 한꺼번에 날아가는 것 같다"고 했다. 경기장은 폭죽으로 대낮처럼 환해졌고 선수들은 그라운드를 돌며 대구시민들에게 큰 절로 인사했다.

대구 시가지도 승리의 기쁨으로 넘쳐났다. '빼빼로데이'에 날씨까지 좋아 특히 많았던 동성로 인파는 상점들 앞의 TV로 몰렸고, 일부는 아예 자리를 깔고 앉기도 했다.

동대구역 대합실 TV 앞에 모여 있던 400여명의 여행객들은 9회 말 끝내기 홈런이 터지는 순간 너나 할 것 없이 두팔을 치켜 들고 '만세'를 연호했다. 일부는 옆 사람을 얼싸안고 껑충껑충 뛰어 다니기도 했다. 시각에 맞춰 개찰구를 빠져 나가다 삼성 우승의 환호를 들은 승객들은 급히 TV 앞으로 되돌아 가 감격적인 장면을 확인한 뒤 갈길을 서둘렀다.

서울행 열차를 타려던 김영수(49·대구 두류1동)씨는 "애타게 기다리던 우승인데다 너무도 극적인 경기여서 목이 멘다"고 했다.식당·호프집 등에서 경기를 지켜 보던 시민들도 서로 흥에 겨워 술잔을 권하는 모습이었다. 수협바다마트는 2층 횟집을 찾은 손님들에게 테이블당 산낙지 한접시씩을 무료로 서비스 했다.

사회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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