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팔만대장경 훼손은 '人災'

입력 2002-11-09 14:59:00

세계 문화유산이자 국보 제32호인 합천 해인사 고려팔만대장경의 경판 옻칠이 탈색되고 백화 현상이 나타나는 데다 뒤틀림.벌어짐 등으로 심하게 훼손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보존과 원상회복이 시급하다.

경판을 보관하는 장경각 중앙부의 판가가 무게를 지탱하지 못한다고 1972년 앞면부에 새로 세운 28동의 판가에 옮겨 꽂은 경판들이 햇볕에 심하게 노출되면서 이런 현상이 일어났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게다가 새 판가는 통풍의 순환구조에 문제가 있고, 온.습도 조절마저 제대로 안 되고 있었다니 선조들의 슬기마저 읽지 못한 '전문성 부재' 탓이요, 인재(人災)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문화재청은 지난 2월 해인사측이 제시한 현상 변경 신청에 따라 문제의 판가를 다시 옮겨 원래대로 복원하는 결정을 내렸다지만, 전문가들의 철저한 검증을 통해 현재 진행 중인 전산화 작업과 함께 원상회복과 새로운 보존 대책을 서둘러야 한다.

근래에 불국사의 다보탑과 석가탑, 감은사지 석탑 등 전국에 산재에 있는 각종 문화재들이 훼손되고 있다는 소식이 빈발했다. 말로는 문화재는 선조들의 찬란한 얼이 담겼느니, 잘 보존해 후세에 물려주는 게 우리의 책무라느니, 죽지 않는 역사의 유물들이며 죽어서도 안 될 인류사의 흔적들이라 한다. 하지만 정작 한번 피해를 입으면 영원히 돌이킬 수 없게 돼 버리고 마는 문화재의 훼손과 파괴가 날이 갈수록 더해가고 있다.

문화재청은 차제에 전국의 문화재에 대한 정밀진단을 강화하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신속하고 철저하게 관리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 더구나 부실 시공과 관리 소홀에 문제가 있다면 관리와 보수 체계를 획기적으로 혁신하고, 전문기술 인력을 양성해야 하며, 첨단기술의 개발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아울러 지자체와 사찰 등도 문화재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조속히 법적·제도적 정비를 하고, 일반 국민도 문화재는 우리 사회의 공동자산임을 깊이 인식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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