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검찰의 물고문'은 국가수치다

입력 2002-11-09 00:00:00

87년 경찰의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때 행해졌던 그 물고문이 15년이나 지난 시점에 검찰에서 그대로 재현됐다니 그야말로 경악을 금치못할 노릇이다.

단순한 폭행으로 피의자의 자백을 받아내려는 가혹행위는 수사관이 사건해결의 충정심에서, 또는 피의자의 거짓말에 감정을 제어하지 못해 충동적으로 저지를 수도 있다는 일종의 동정론이 일 수도 있으나 물고문을 가했다는 건 그 성격이 확연히 달라진다.

물고문은 우선 그 자체가 인간의 심신을 완전히 망가뜨리는 그야말로 반인륜적인 범죄인데다 '거짓자백'이라도 하지않곤 견디지 못하는 악질적 고문수단이다. 또 이 물고문을 했다는 건 검찰이 처음부터 의도적인 기획아래 이뤄진 고문의 고의성까지 드러낸 것으로 그야말로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검찰은 자행한 것이다.

검찰감찰부가 숨진 피의자의 공범이 영장 실질심사과정부터 일관되게 이 물고문을 주장하는데다 그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라 사실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물증확보로 그 진상을 반드시 밝히겠다고 했다. 일단 검찰의 치부를 검찰 스스로가 밝히겠다는 의도는 일단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것 같다.

문제는 일제 고등계 형사들이나 자행한 그 악습이 그것도 인권의 보루라는 검찰에서 자행됐다는건 아직 우리의 '수사문화'가 지난 50년을 지내오면서 말로만 외친 인권이었지 그 속은 썩은 채 그대로 답습되고 있다는 방증이 아니고 뭔가. 서울지검 강력부에서 이런 물고문이 있었다는 게 드러난 이상 이게 비단 이곳 뿐이겠는가하는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검찰은 물론 경찰 등 전 수사기관에 대한 자체 감찰이라도 벌여 그 실상을 우선 점검부터 해야 한다.

실상파악과 반성이 전제되지 않은 고문대책이 나오면 뭐하는가. 또 고문방지특별법 등의 대책도 결국은 수사관의 의지에 달렸다. 따라서 신임 '김각영 검찰총장'은 이 오명을 반드시 씻어내 그의 '총장자질시비'도 함께 불식시켜 주길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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