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오후 국회본회의가 45개법안만을 무더기로 통과시켜놓고 두시간만에 중단됐다고 한다. 회의도중에 의원 70여명이 증발, 의결정족수 137명을 못채워 사회를 보던 김태식 국회부의장이 "의원님 어디 계십니까"를 수도 없이 외쳤다는 거다.
알고보니 민주당의원 상당수는 탈당사태로 시끄러운 당분위기 망보러 갔고, 한나라 의원들은 곳곳에서 예산로비 하러온 민원인들 푸닥거리하고 있었다고 한다. 그와중에 '사우나탕'에도 갔을 터이다. '교실붕괴'에 '국회붕괴'다.
예산이, 법안이 무엇인가? 국민의 생활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일을 이렇게 팽개치고 대선(大選)에 팔려 국회 문닫는 나라, 대~한민국 뿐일 것이다. 폐막에 쫓긴 국회가 이틀동안 겨우 45건을 날치기했으니 오늘 하루동안에 100건을 무더기로 처리해야할 판이다. 국회의장의 방망이가 무슨 도깨비 방망이인가. 달고있는 금배지를 몽땅 구리로 바꿔주고 싶다.
참으로 걱정스러운 것은 이들 날치기 통과법안들이 제도 및 절차에 관계되는 법안들로, 법집행과정에서 타법과의 마찰 등 후유증이 적지 않으리라는 점이다. 또 거꾸로, 개혁-민생법안들은 손도 못댄채 폐기될 운명에 처해있다. 주5일근무제와 관련한 근기법, 과잉진료 방지를 위한 건보법, 민주화운동 보상법 등의 개정안들은 아예 심의도 못해보고 넘어가게 생겼다. 그뿐인가? 예산안을 최종 심의할 계수조정소위는 여론눈치 보랴 끼워넣기 하랴, 방향도 없이 최종일을 맞았다.
우리는 이쯤에서, 둘다 똑같지만 야당쪽을 더 힐난하지 않을 수 없다. 예산을 감시하고 법안을 조목조목 따져봐야할 쪽은 야당이기 때문이다. 이회창 후보도 그렇다. 그동안 병풍(兵風)막느라 정신없었던건 그렇다치자.
그렇다고 그 막강한 식솔들을 입때껏 정쟁판에 다 몰아세워놓고 국회가 며칠 남았다고 이제와서 정치개혁법안 처리하자고 나서는가. 얄팍하다. 합의 안되면 또 민주당 타령일시 뻔하다. 여야가 진정으로 할 용의가 있다면 국회를 연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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