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그래도 檢察이 위축돼선 안된다

입력 2002-11-07 14:45:00

검찰의 피의자 조사과정에서 고문으로 숨지게 한 혐의로 검사가 구속되는 검찰사상 초유의 사건은 실로 통탄할 일이다.설령 그 피의자가 조직폭력배로 살인혐의를 받고 있는 용납할 수 없는 범죄를 저질렀다해도 검사의 가혹행위에 대한 묵인, 방조는 정당화될 수 없다는 걸 이번 사건은 확인시켜준 것이다.

구속영장에 나타난 고문사실을 보면 이건 '또 하나의 범죄'가 검사지휘하에 이뤄진 것으로 밖에 달리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쉽게 말해 수사관은 자백이 나올때까지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검사는 점잖게 조서를 받는 묵시적인시나리오까지 짰다는 대목이 이를 잘 보여주고 있다. 검찰 관계자들도 경악한 것은 검사가 고문당해 실신해 있는 피의자를 몇시간동안 방치했다가 결국 숨지게 했다는 대목이다.

이는 최소한의 '피의자 인권' 조차 검사의 머리속에는없었다는 얘기에 다름 아니다. 문제는 이번 가혹행위가 비단 홍 검사 밖에 없을까 하는 의문에 대한 대답을 검찰 스스로 해봐달라는 게 우리의 주문이다. 자신있게 답변할 검사가 과연 몇이나 될까. 따라서 검찰은 이번을 계기로 반성과 함께 특단의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이번에도 피의자가 사망했으니 문제가 됐지 중상정도로 끝났으면 홍 검사는 조폭의 살인사건을 해결한 유능한검사로 칭송받았을 것이다. 제2·제3의 이런 불행한 검사가 나오지 않으려면 예산이 더 들고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자백위주의 수사관행을 증거위주로 일대전환하고 사법부도 가혹행위에 의한 자백은 어떠한 경우에도 인정하지 않는간접지원을 해야할 것이다. 이번 일로 검찰은 그야말로 치욕스럽긴 하지만 절대위축돼서는 안된다.

예컨대 마약사범이나조폭수사를 경찰에 넘긴다는 식의 발상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걸 계기로 검찰은 더욱 당당한 모습으로 거듭 태어나야 한다. 아직 우리사회는 강력한 검찰권이 존재해야 할 만큼 범죄가 기승을 부린다. 이런 시련을 딛고 더욱 굳건하게 일어서는'국민의 검찰'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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