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로 미질(米質)은 나빠진데다 수확량마저 크게 떨어졌으니 소득이 줄 수밖에요. 농협빚 갚고 나면 살기도 빠듯한데 농사 지을 맛도 안나니더…".
2002년산 추곡수매가 시작된 5일 낮 봉화군 봉화읍 삼계창고. 올해 경북에서 첫 추곡수매가 시작된 이곳에 모인 농민들의 표정은 수확의 기쁨보다는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자신의 논 3천평을 비롯, 모두 4천500여평에 벼농사를 지은 박구환(69·봉화읍 화천리)씨는 "올해는 잦은 비로 일조량이 부족, 작년보다 수확량이 30여가마 정도 줄었다"면서 "오늘 50포대(40kg기준)를 매상하고도 집에 100여포대가 남았지만 앞으로 어떻게 처분해야 할지 걱정"이라 말했다.
박씨는 "올해 신설된 특등(40㎏ 포대 6만2천440원)을 받을 것이라 기대했지만 모두 특등보다 포대당 2천원 낮은 1등이었고 산간지대에서 농사를 짓느라 특등은 그림의 떡"이라 아쉬워했다.
일품벼 50가마를 매상한 우수하(76·봉화읍 도촌2리)씨는 "1천700평 논에 벼 농사만 짓는데 올해는 일조량 부족으로 벼가 잘 여물지 않고 수확량도 20여가마 줄었다"고 하늘을 원망했다.
우씨는 "추곡 약정수매 선금으로 받은 180만원을 제하면 통장에 들어오는 돈은 120만원 정도밖에 안되는데 앞으로 빚갚으면 집에서 쓸 돈도 없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최종언(51) 봉화읍 삼계1리장은"정부에서 추곡수매 물량을 매년 줄여 가면서 매상할 추곡도 전체 벼생산량의 10% 내외로 적어져 산간지대 농민들이 나머지 나락들을 어떻게 처분해야 할 지 고민인데 수매물량이라도 많이 배정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몇해전까지만 해도 수매장 한켠에서는 수매대금으로 목돈을 쥔 기쁨에 따뜻한 국물에 막걸리 한사발 걸치던 정취는 사라지고 농산물 작황저조와 가격폭락, 한·칠레 협정 타결 등으로 농민들 주름살은 더욱 깊게 패아 있었다.
한편 다음달 말까지 도내 1천100여 군데서 계속되는 포대수매는 경북 경우 272만6천가마(10만9천t)로 지난해 263만8천가마(10만5천t)보다 다소 증가했다.
봉화·김진만기자 fact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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