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성 소재 한국영화 2편 몽정기, 밀애

입력 2002-11-06 14:21:00

성(性)을 다룬 영화는 침울하게 무거워질 수도, 유치할 만큼 가벼울 수도 있다. 성을 소재로 한 전혀 다른 얼굴의 한국영화 '몽정기' '밀애' 두 편이 선보인다. 성을 이처럼 전혀 다르게 가공할 수 있다는 것, 충무로의 상상력이 그만큼 성장한 것일까.

△ 몽정기

청소년 시절엔 꿈이 많다. 특히 15, 16세 남자아이들이 꾸는 '꿈'은 종종 질퍽하면서 불쾌한 액체(?)를 동반하기도 한다. 그때부터 9초마다 머릿속은 온통 '그 생각'으로 가득하다. 'SEX'.

영화 '몽정기'는 제목부터 자위를 하다 들킨 소년마냥 화끈거리고, 음탕하며 노골적이다. 막 몽정을 시작할 나이의 중학생 남자애들의 이야기를 코믹하게 그린 이 영화는 마치 한국판 '아메리칸 파이'를 떠올리게 한다.

주인공 동현은 여자와 성에 호기심이 많은 '보통' 중학생이다. 고만고만한 성지식으로 무장한 동현의 단짝친구들이 나누는 대화는 몽정경험이나 엽기적인 자위방법에 대해서다.

이 '밝힘증' 걸린 어린양들에게 어느날 쭉쭉빵빵 수학교생 '유리(김선아 분)'가 나타나고, 소년들은 호시탐탐 여선생님을 '넘본다'. 그러나 이 '베아트리체'의 시선은 다른 곳에 꽂혀 있으니, 동현의 노총각 담임선생 '병철(이범수 분)'이다. 병철의 옛 제자인 유리는 학창시절부터 그를 짝사랑해온 터. 그러나 병철은 "학생은 학생의 본분을, 선생은 선생의 본분을 지켜야한다"고 역설하는 꽉 막힌 인물이다. 뭇 학생들의 음란한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유리는 병철을 향한 과감한 애정공세를 편다. 명화 '비너스의 탄생'을 희화화한 포스터가 재기발랄하다. 6일 개봉.

△ 밀애

'아시아에서 영화로 산다는 것' '낮은 목소리' '숨결' 등 사회성 짙은 작품에 매달려온 여성감독 변영주 감독이 새 영화 '밀애'로 돌와왔다. 밀애. '통속적이다. 진부하다'란 느낌이다.

변 감독은 여성의 몸에 대해 관심을 연장한 것일까. 영화 '밀애'는 전경린의 소설 '내 생애 꼭 하루뿐인 특별한 날'을 각색한 유부녀와 유부남의 불륜을 다룬 영화다. "앞으로 4개월간 사귀어 봅시다. 가끔은 섹스도 하면서. 그런데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면 지는 거예요. 게임은 그것으로 끝나는 걸로 합시다".

단란한 가정의 전업주부 미흔(김윤진 분)은 어느날 남편의 애인이라 주장하는 여자로부터 남편을 포기하라는 당돌한 공격을 받는다. 그로부터 6개월 뒤 시골마을로 이사온 미흔은 마을의사 인규(이종원 분)로부터 위험한 게임을 제안받는다.

처음에는 거부하던 미흔이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몸을 맡기고, 아내가 부르는 소리에도 정사에 몰두하는 인규. 그러나 위험한 정사가 거듭될수록 파국의 발자국은 점점 가까워진다.

영화는 스타급 연기자인 김윤진과 이종원이 반라의 정사신을 펼치는 것으로 일단 세간의 관심을 탔다. 불륜을 소재로 하고 있으면서도 페미니즘적 시각은 도드라진다. 미흔이 욕망에만 사로잡히지 않고, 남편의 폭력에 시달리는 가게 여주인에게 동정을 느끼는 장면은 더욱 그렇다. 8일 개봉.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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