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개발업체 (주)KOG 백낙훈 이사

입력 2002-11-05 14:21:00

'사람이 곧 경쟁력'인 지식기반 경제사회가 본격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지역인재들의 역외유출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서울의 대학교수 자리를 버리고 지역 게임개발 벤처기업에서 새로운 인생을 개척하고 있는 젊은이가 있어 관심을 끈다.

화제의 인물은 (주)KOG(대구디지털문화산업진흥원 입주 게임개발 벤처기업) 개발담당 이사 백낙훈(35) 박사. 경북대 BK21 초빙교수를 거쳐 동국대 컴퓨터공학과 교수라는 직함은 올해 2월 KOG로 옮겨오기 전까지 학교와 학문에만 전념해온 백 박사의 경력을 대변해준다.

KAIST(한국과학기술원)를 수석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한 백 박사는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컴퓨터 그래픽스' 분야의 국내 선두주자 중 한 명. 컴퓨터 그래픽이 디자이너의 영역이라면 컴퓨터 그래픽스는 컴퓨터 그래픽 도구를 만드는 공학이다. 따라서 컴퓨터 그래픽스의 최대 목표는 컴퓨터에서 어떻게 가장 사실적인 3D(차원) 영상과 동작을 만들어 낼 수 있느냐는 것.

이 때문에 각 대학뿐 아니라 모바일 및 애니메이션 등 국내 중견 게임개발사까지 백 박사 스카우트 경쟁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백 박사의 선택은 '명예'가 보장된 대학교수도, '돈'이 보장된 국내 굴지의 게임업체도 아닌 대구의 신생 게임개발 벤처기업이었다.

"이미 개발된 기술을 단순히 가르치는 것보다 뭔가 새로운 것을 창조해 보고 싶다는 욕구가 대학을 떠나 벤처기업을 선택한 동기였습니다. 또 이왕이면 고향인 대구에서 미래형 신산업을 일으키는 선구자 역할을 하고 싶었습니다. 대구는 서울 보다 오히려 게임, SW(소프트웨어) 산업이 발전할 수 있는 더 좋은 조건을 갖추었기 때문입니다".

백 박사의 미국 조지워싱턴대학 연구원 시절 만나 의기투합했던 KOG 이종원(조지워싱턴대학 공학박사) 대표와의 인연도 대구행 결정에 한 요소였다. 아직 노총각(?)이라 백 박사의 선택에 바가지를 긁을 마누라는 없었지만 부모님을 설득하는 일도 쉽지는 않았다.

게임, SW산업의 경우 제조업과 달리 공장을 건설해야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초기투자가 아주 적은데다 인터넷의 발달로 인해 '인재'만 있으면 어느 곳에서든 발전할 수 있는 특징. 세계 최대 기업 MS(마이크로소프트·미국 시애틀)와 스타크래프트 신화를 만든 블리자드(미국 어바인), 오라클(미국 산호세) 등 세계적 SW기업의 거점이 거대 도시가 아닌 대구 수준 또는 이보다 더 작은 도시를 중심으로 발전, 성공한 사례가 대구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특히 대구는 가장 중요한, 우수한 인재를 경북대와 포항공대 등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는 데다 인터넷을 통해 세계 곳곳의 최신정보를 한 눈에 파악할 수 있고, 서울에 비해 생활비가 싸서 쾌적한 생활을 즐길 수 있는 등 장점이 많습니다".백 박사는 게임, 애니메이션 등 SW산업은 대구가 적은 비용을 들여 큰 성과를 낼 수 있는 지역 전략산업이라며 지방정부 차원의 환경조성을 통해 '지역출신 인재들이 지역에서 일할 수 있는 여건'만 주어진다면 성공은 보장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요즘 백 박사는 KOG의 자체 게임개발 이외에 정통부와 ETRI(한국전자통신연구원)의 지원으로 각각 '모션엔진'(모션캡처로 수집한 데이터를 컴퓨터 상에서 생생한 동작으로 만드는 도구) 및 '물리엔진'(컴퓨터 상에서 자동차, 탱크 따위의 동작과 충격 등을 사실적으로 표현하는 도구)을 개발,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인프라 수준을 높이는 기술이전 프로젝트도 함께 수행하고 있다.

석민기자 sukm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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