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파동 대자연아파트 관리소장 홍지민씨

입력 2002-11-04 14:23:00

대구 수성구 파동 대자연 1차아파트 408가구 주민들에게는 이웃간의 벽을 허물어내는 주민소식지가 있다. 매달 하순 8쪽 분량으로 발행되는 '함께 나누는 소식'은 글자 그대로 주민들이 참여해 만드는 아파트 신문. 매달 관리비 내역만 알려주는 다른 아파트단지의 소식지와 달리 주민과 관리사무소 직원들이 협력해 아파트 울타리내에서 일어나는 각종 이야기들과 정보를 미주알고주알 담아낸다.

이런 소식지가 처음 주민들에게 배달된 것은 지난 1999년 봄. 홍지민씨(40)가 여성으로는 드물게 관리사무소 소장직을 맡고나서 6개월이 지난때부터다. 당시 관리사무소 운영비리가 연일 세간의 화젯거리로 크게 오르내리던 때여서 홍 소장은 주민들의 오해와 불신을 해소하는 방법을 궁리하다 이 소식지를 생각해냈다.

"당시 일부 아파트의 관리비 횡령으로 관리사무소에 대한 주민들의 불신이 상당했어요. 투명한 관리상황을 주민들에게 알리고 서로 화합을 다지는데 주민들이 참여하는 소식지가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소식지가 첫선을 보이자 주민들의 반응이 좋았다. 이후 아파트 주민들도 적극 동참했다. 주민들의 글을 소식지에 올리고, 누가 새로 이사왔는지 새식구 소개도 담았다. 또 단지내 소식, 부녀회 소식, 주민소리터 등 다양한 기사들로 매달 소식지를 꾸렸다.

2동 206호에 사는 시인 이문길씨는 매달 좋은 시를 뽑아 소식지에 소개하고 있고, 지난 5월에 이 아파트로 이사온 2동 408호의 최희곤씨는 소식지 발간을 적극 돕는가하면 아파트의 사계절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 전시회도 열 계획이다. 최씨는 "홍 소장이 아파트 구석구석을 자기 집처럼 잘 관리하는 등 주민들의 신망이 두텁다"며 소장 자랑을 아끼지 않았다.

올해로 아파트 관리사무소장 경력 4년째인 홍 소장의 아파트 살림살이는 어느 아파트단지보다 깔끔하다는 평가다. 비록 가구수가 적은 단지이지만 주민들의 입장에서 쾌적한 주거공간을 만들기 위해 세심한 신경을 기울인다.

투명한 회계처리는 말할 것도 없다. 방학때면 남부도서관의 협조를 얻어 관리사무소에 책을 비치, 아이들에게 대출해주는 등 관리사무소 문턱 낮추기에 남다른 힘을 쏟고 있다. 단지내 각종 현안은 아무리 자잘한 것이라도 소식지나 방송, 자유게시판을 통해 주민들에게 알리고 소장이 직접 나서 적극적으로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비록 작은 일이지만 주민들과 같이 호흡하려는 노력을 통해 오해와 불신이 많이 해소되었다는 홍 소장은 주민 서로가 먼저 양보하고 도우면서 살다보면 아파트가 더욱 편리하고 살맛나는 주거공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인 이문길씨는 주민소식지 1면을 장식한 '이달의 시'에서 "밤이면 문 밖에 별 천지가 되는 집 그런 집에 살고 싶다"고 노래했다.

서종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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