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노트-축산농 피해조사 '논란'

입력 2002-11-04 00:00:00

하루 아침에 폐허가 된 목장, 이리 저리 폐사해 나뒹구는 가축들, 무너지고 깨져 버린 축산부농의 꿈은 허탈감을 떠나 삶을 송두리째 앗아가 버린 꼴이었다. 지난 8월 말 태풍 루사가 휩쓸고 지나간 뒤의 축산농 모습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3일만에 급히 해치우는 응급복구와 피해규모 산정에서 공무원들은 축산농들의 의견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영양지역에서 최근 발생한 수해보상금 허위청구 사건을 계기로 각종 자연재해시 보상에 필요한 조사 방법과 피해규모 산정의 사실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행정기관이 축산 농가들의 사육 가축수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점과 피해 규모에 대한 사실확인 절차를 밟지 않는 허점을 악용해 가능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가뜩이나 어렵고 벼랑끝 위기에 몰린 한우산업과 국내 축산정책에 역기능으로 작용해 자칫 축산농 전체를 곱지 않은 시각으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되지나 않을까 경계하는 시각도 없지 않다.

태풍 루사 등 전국에 걸쳐 발생했던 자연재해의 경우 광범위한 피해지역과 짧은 피해실태 조사기간 등으로 다른 지역에서도 유사 사례가 가능했을 것으로 보여 이번 기회에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이번 사건은 영양군 영양읍 현리 문고개 부근의 4개 축산농가의 축사침수로 한우를 비롯, 가축들이 폐사하자 정확한 피해규모의 확인없이 농가들의 주장만을 근거로 산정하면서 불거졌다.

경찰수사 결과처럼 그렇게 서로 짜고 공모, 보상금을 가로채려 할 만큼 공무원이나 축산농들의 정신이 온전하지도 못했을 것이란 시각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가축 피해는 정확한 근거가 없어 농가서 주장하는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고 5일이라는 짧은 조사기간과 인력문제를 지금이라도 바로 잡아야 한다"는 공무원의 하소연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시점이다.

이번 일이 자칫 가뜩이나 위기에 빠진 축산산업 정책이 위축되거나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될 것이라는 축산농들의 우려섞인 한숨 소리도 새겨 들어야 할 것이다.

엄재진기자 2000ji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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