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중 북한대사 회견 의미

입력 2002-11-02 15:04:00

박의춘 러시아주재 북한 대사가 지난달 31일 핵 무기 등 대량파괴무기를 개발할 권리가 있다고 선언한데 이어 최진수 중국주재 북한대사가 하루만인 1일 북-미 불가침조약으로 양국간 안보상 우려를 해소할 것을 촉구했다.

이는 지난달 25일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미국에 '불가침 조약' 체결을 정식 제의한데 이어 이 담화 내용의 두 개 큰 줄기를 중-러 양대 우방 주재 대사의 입을 통해 거듭 확인하는 의미를 지닌다.

'담화'의 핵심은 바로 미국이 제기한 '북 핵 개발 시인' 주장 및 핵 포기 요구에 대해 핵 개발 자체에 대한 권리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이로 인해 제기되는 미국의 안보상 우려를 '불가침조약'으로 해결하자는 것이었다.

이 두 의제를 러시아와 중국 주재 북한 대사가 이틀 연속 기자회견을 통해 집중부각시킨 것이다.

박 대사는 "우리는 미 대통령 특사에게 미국의 핵위협으로부터 주권과 생존권을 보호하기 위해 핵무기는 물론 더 강한 무기도 보유할 권리가 있음을 분명히 했다"며'핵 주권'을 강조했고 최 대사는 "미국이 불가침조약을 통해 우리의 생존권과 자주권을 보장해 주면 우리는 미국의 안보상의 우려를 해소해 줄 수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양대 우방인 러시아와 중국과의 유대를 과시함으로써 미국을 압박하면서 미국이 중심이 돼 한-미-일 3국이 대북 핵 공조에 나서는 형국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또 북한은 이들 두 나라에 주재하는 자국 대사들을 통해 북한 역시 핵을 가질 권리를 선언함으로써 핵 주권을 보장받는 가운데 미국과 동등한 위치에서 새로운 관계를 설정하겠다는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박 대사와 최 대사 모두 북한이 핵무기를 개발했다는 미국의 주장을 강력히 부인했지만 결코 핵 주권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과시한 셈이다.

특히 최 대사가 한 말은 북-미 불가침조약을 통해 생존권을 보장받는 조건에서 자국 역시 미국을 적대시하지 않을 것임을 천명한 것으로서 '핵 주권'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풀이된다.

러시아와 중국 두 나라가 과거 냉전 시절부터 '핵 주권'을 보장받으면서 미국과 공존해 왔고 미국이 러시아, 중국 다음으로 북한을 경계하고 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지난해 12월초 미 국방부는 의회에 '국가안보에 대한 대량파괴무기 확산위협 평가표'를 제출하면서 미국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나라로 러시아와 중국에 이어 북한을 3번째 국가로 지목한 바 있다.

당시 미 국방부는 북한 외에 이라크와 이란 등 3개국에 같은 평점을 부여했지만 미국에게 있어서 이라크나 이란이 주는 위협 정도와 북한이 주는 위협의 정도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는 것이 중론이었다.

북한은 핵 무기 개발 및 보유 혐의를 완강히 거부하면서도 핵 주권을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단호한 입장을 견지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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