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는 문화 콘텐츠로 국가 경쟁력을 겨루는 '문화 전쟁의 세기'라 한다. 이미 굴뚝 없는 '문화 산업'이나 '감성 산업'들이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시대로 떠올랐다. 지구촌 곳곳에선 은밀하지만 뜨겁게 불을 뿜는 '문화 전쟁'의 다양한 모습들도 목격하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이 새로운 세기에 슬기롭게 대처하고 있는지, 자문해보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삶의 진정한 인프라라고도 할 수 있는 문화.예술의 특수성과 창의성이 시급히 요구되고 있는데도 정치나 경제 논리에 밀리기만 하고 있는 건 아닐는지....
우리나라에도 그런 인식의 바탕 위에서 세계의 관심을 겨냥한 시도들이 없는 건 아니다. 광주에서는 비엔날레, 부산에선 국제영화제가 열리고 있으며, 춘천에서는 애니메이션이 뜨고 있다. 이 지역의 경우 경주 세계문화엑스포와 안동 국제탈춤페스티벌이 발판을 굳혀가고 있기는 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대구에는 여태 이렇다 할 국제 규모의 특화된 문화 행사 하나 없는 형편이다.
'한국문학인대회'가 1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막이 올라 3일까지 이어진다. 첫날에는 '한국문학.세계문학'을 주제로 김춘수.김종길.조동일.김우창.한승원.정몽호씨 발제로 우리 문학의 현주소를 짚고 세계화 방안을 모색했으며, 세계문학사와 외국 문학 속에서의 우리 문학의 위상과 전망 등에 대해서도 토론의 장을 마련했다. 오늘은 '재외 한국인의 삶과 문학'을 주제로 최연홍.월터 K 류.캐시 송.현월.뱌체슬라브 보리소비치 이.린다 수 박씨 등이 발제에 나섰다.
내년 '대구 세계문학제'를 위한 예비행사인 이번 문학잔치는 이 같은 논의와 함께 내일 문화유적지 관광과 '문학 그리고 가을의 꿈'(대구문예회관 대극장) 공연을 끝으로 막을 내리게 되지만, 기대되는 바와 아쉬움이 적지 않다. 이번 행사는 대구가 문학의 도시임을 알리는 계기를 찾고, 우리 문학의 세계화와 이 지구촌에 여태 자리매김하지 못한 세계문학제 개최에 대한 의욕과 열망의 소산이기는 하나, 과연 어떤 성과와 연결될 수 있을는지에 대한 기대와 우려 때문이다.
이 행사의 첫날 문인들은 '한국문학인대회 선언문'을 마련, 민족 문화의 핵이라 할 수 있는 문학의 의미와 중요성을 환기시키면서 '21세기를 한국 문학의 세기로 만드는 것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소명'이라고 천명했다. 정부.지방정부와 시민들을 향해서도 대구에서 세계문학제가 열릴 수 있도록 재정적.제도적 지원을 요구하고, 적극적 참여와 성원을 바란다고 호소하기도 했다. 아무튼 이제 대구에서 문학으로 특화된 국제 문화 행사를 향한 첫발이 내디뎌진 셈이지만 과연 어떤 성과로 이어질는지, 웬지 조바심이 앞선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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