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온 추위 농촌 '비상'

입력 2002-10-31 12:19:00

수확철을 맞은 농촌들녘이 지난 28일부터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면서 영하권으로 떨어지자 농작물 수확과 보관 및 종자파종을 서두르지만 일손 부족으로 임금도 올랐음에도 불구, 도시에서 인력을 구하는 등 날씨 파동이 계속되고 있다.

경북 안동은 갑작스런 영하 추위로 마늘파종과 양파옮겨 심기가 예년보다 7~10여일 빨라졌고 의성도 마늘종자 심기로 분주한 모습을 보이고 일꾼구하기에 비상이 걸렸다.

때문에 안동에서는 평소 4만원하던 남자일꾼의 일당이 5만~5만5천원으로 껑충 뛰었고 2만5천원선의 여자 일꾼 역시 일당이 3만5천원을 넘어서 1만원이상 오른 값을 요구, 봄철 모내기철을 연상시키고 있다.

안동시 남선면 원림리의 농민 권오학(56)씨는 "일손이 모자라면서품삯을 더 준다고 해도 일꾼이 없다"면서 "갑작스런 추위로 사과수확도 서둘러야 되는데 일손없어 걱정"이라 말했다.

또 배추.무 등 김장용 채소의 냉해 방지를 위해 조기수확에 나서는 등 농작물 관리에 비상이 걸렸고 의성과 청송.안동 사과농들은 영하날씨로 착색중단과 품질하락에 따른 피해를 우려하고 있다.

의성군 농업기술센터 권기섭 과수축산담당은 "수확전 사과가 얼면 착색중단과 저장력, 품질하락으로 상품가치가 낮아져 제값을 못받는다"고 주의를 요청했다.이른 추위와 비마저 겹쳐 미처 수매를 못한 벼재배 농가에서는 벼를 말리거나 보관할 장소가 마땅찮아 참외비닐 하우스를 활용하거나 미곡종합처리장(RPC)으로 밀려들어 RPC가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경남 합천군 17개농협 연합으로 운영하는 RPC는 넘치는 수매벼로 지난 20일부터 휴일도 없이 24시간 가동해도 27t 용량에 80t 이상의 물량이 몰려 과부하에 시달리자 27일부터는 정문을 폐쇄하고 농민들을 돌려 보내고 있다.

RPC 차판호(50)소장은 "날씨와 농가사정으로 한꺼번에 수매물량이 쏟아지면서 애써 지은 벼를 제대로 처리하지 못해 미안할 따름"이라면서 "가건조할 수 있는 창고시설의확충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편 기온의 급강하로 농촌 일손부족이 심각하자 대구시내 영세민 아파트나 인력시장 등에는 일손구하기 위한 협조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대구시내 모 아파트경우 일당2만8천원과 차량제공 등을 조건으로 하는 29일부터 인부를 모집, 일손지원에 나서기도 했다.

청도군 각북면 예리동 양파농가들은 지난 28일부터 대구 범물동 용지아파트에서 오후7시쯤 단지내 방송을 통해 일손을 구해 아침일찍 차로 태워 가고 있다. 또 범물복지관도 모집이나 연락 등의 도움을 주고 노임의 절반도 자체 부담하고 출퇴근 차량도 제공하고 있다. 복지관 도귀화 복지과장은 "지난 96년 이후매년 봄.가을에 일손을 구해주는데 65세 전후 할머니들 15~20명이 참여한다"고 말했다.

고령.청도 등 고추농가는 달서구 월성주공 3단지에서 일손을 구하고 최근 추운날씨로 농가요청에 따라 지난 18일부터 하루 10여명의 주민들을 태워 나르며 고추따기 작업에 나서고 있다.

김진만.이희대.이호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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