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는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무력 진압 사흘째인 29일 체첸과 모스크바에서의 군사작전 및 테러범 색출 작업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모스크바 경찰은 이날 현재 '돔 꿀뜨르이(문화의 집)' 극장 인질 사태에 연루된 체첸인 수 십 명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지난 26일 전격 이뤄진 인질극 진압 작전으로 모두 167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보리스 그리즐로프 내무장관은 언론과 회견에서 "수 십 명의 체첸인이 이번 테러에 협력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국은 50여명의 체첸 무장 세력이 중무장을 한 채 모스크바 도심으로 진입할 수 있었던 것은 내부 공모자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으로 보고 연루자 색출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인질극 진압 작전을 주도한 연방보안국(FSB) 산하 특수 부대 '알파 부대'의 한 관계자는 "대규모 반군 소탕 작전이 체첸과 모스크바에서 동시에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체첸 주둔 러시아군 사령부는 앞서 28일 체첸 수도 그로즈니 근처 마을에 대한 공세를 강화했다고 발표했다.
이같은 공세 강화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테러리스트 척결 방침 천명에 뒤이은 것으로 대(對) 체첸 강경 정책이 당분간 지속되리라는 것을 시사한다.
푸틴 대통령은 '인질극 희생자 추모의 날'로 선포된 28일 언론에 중계된 대국민담화에서 "러시아는 테러리스트들이 세계 어디에 있든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테러와 전쟁을 선포했다.
그러나 강공책이 지속될수록 반발도 커질 수 밖에 없고, 평화를 촉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지고 있어 장기적으로는 궤도 선회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한편 모스크바 극장 인질극 이후 강화된 경계태새로 러시아내 체첸인들의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고 아슬란벡 아슬라하노프 국가두마(하원) 의원이 29일 지적했다.국가두마내 유일한 체첸 출신인 아슬라하노프 의원은 "일반 체첸인들을 괴롭혀서는 안된다는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경고에도 불구, 체첸인에 대한 탄압이 시작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인질극 이후 반(反) 체첸 정서를 가장 많이 부추기는 집단이 바로 경찰"이라며 "경찰은 불법적으로 체첸인들을 연행해 지문 날인을 강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슬라하노프 의원은 또 "러시아 전역에 사는 체첸인의 인권 유린 행위에 대한 호소가 줄을 잇고 있다"면서 "전화와 편지 등으로 접수된 건수가 이미 500 건을 넘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나는 체첸인 탄압 명령이 공식적으로 내려지진 않은 것으로 안다"면서도 "그러나 경찰 간부진은 이같은 불법 사실을 알면서도 고의로 은폐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인질극 무력 진압 하루 전인 지난 25일 "이번 인질극을 계기로 무고한 체첸인들에 공격이 가해져서는 안된다"며 일반 시민들의 반 체첸 정서 확산을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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