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을 모으는 사람들의 취향도 갖가지다. 쳐다만 봐도 골치아픈 현대미술, 곰팡내 푹푹 나는 듯한 고미술품, 감상하기에 무난한 풍경화만 골라 좋아하는 이들이 있다.
사실 일반적인 컬렉터라면 두루 작품을 수집하는 경향을 보인다. 처음에는 특정 작품에 미쳐(?) 입문하더라도 갈수록 지식과 안목이 높아져 미술 전반을 취급하는게 보통이다.
그렇지만 그중 만사 제쳐두고 시종일관 특정 작가나 그 작품에 심취한 이들이 있다. 어찌보면 아줌마 부대와는 차별성이 뚜렷한 순수한 팬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에 사는 한 40대 남자 컬렉터는 지역의 40대 인기작가의 작품을 무려 50점 가까이 갖고 있다. 한 화가가 개인전을 두차례 할 수 있을 정도의 엄청난 분량이다. 그 컬렉터의 경제능력도 그리 대단하지 않는데도 전체 가격이 1억원을 넘는다고 하니 대단한 정성이 아닐 수 없다. 그 컬렉터는 주위에 "훗날 작품을 더 모아 그의 이름을 딴 미술관을 만들어 주고 싶다"고 얘기할 정도라나.
화가의 얘기. "그 컬렉터가 저를 좋아하는지, 그림을 좋아하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둘이 어쩌다 만나 밥을 먹어도 말이 거의 없으니까요. 그저 고마울 따름이죠…"지역의 한 컬렉터도 특정 인기 작가의 작품을 50점 이상 소장, 창고에 쌓아두고 있다. 그는 화가와의 오랜 친분 때문에 후견인 역할을 하다보니 울며 겨자먹기로 그만큼 작품을 갖게 된 경우다.
그 화가는 돈이 필요할때 마다 그에게 그림을 왕창 들고와 목돈을 받아가곤 했다는 것이다. 근데 그 컬렉터는 최근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면서 다소 혼란스러웠다고 한다. 자신이 그의 그림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는 줄 알았는데, 또다른 컬렉터가 무슨 이유 때문인지 모르지만 무려 70여점을 갖고 있더라는 것.
사실 요즘같은 세상에 '그림값이나 깎으려 하고 화가를 아랫사람 부리려고 할' 뿐, 순진무구(?)하고 꾀없는 컬렉터들은 잘 찾아 보기 어렵다. 이런 컬렉터들이 화가들의 순수성을 지켜주는 버팀목이 아닐는지….
박병선기자 l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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