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춘추-온돌의 심성

입력 2002-10-30 14:17:00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서 따뜻한 온돌방 아랫목 생각이 절로 난다. 한 겨울, 지글지글 끓는 아랫목에서 언 몸을 녹여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그곳에서 고향집의 포근함을 느꼈을 것이다. 집은 사는 사람이 짓는다. 옛날엔 다 그랬다.

그래서 집은 집주인을 닮는다고 했다. 한옥은 가장 한국 사람을 잘 닮아있다. 그 한옥에는 온돌이 있다. 한국 사람은 온돌이 있는 한옥에 사는 것이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온돌은 자연이 제공해주는 자재를 이용하여 형체를 갖추었다. 자연에서 뼈를 얻고 사람에게서 지혜를 얻어 공간을 구성하고 기능에 맞도록 가다듬어졌다. 온돌에는 자연의 아름다움을 존중하고, 즐기고 자연에 순응하려는 한국인의 심성(心性)이 뿌리깊이 배어 있다.

온돌은 한번도 우리의 자연을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추운 겨울 다소곳이 자연 속에서 우리와 함께 하였고 세월이 지나면 무너져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곤 하였다.

우리의 주거생활과는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온돌은 방바닥 전체를 난방하는 세계유일의 '저온 바닥난방 방식'이다. 이와 유사한 벽난로 방식인 로마의하이포코스트(Hypocaust)와 중국의 전통민가 야오동의 깡(恒)이 있는데 이들은 부분 난방방식으로 신발을 신고 실내에 들어가는 입식 생활인 반면, 온돌은저온으로 연료비가 싸고 조용하고 위생적이며, 상하 온도차에 의한 자연 실내환기 조절 기능과 습도조절 기능까지 갖고 있다. 그래서 바닥에 직접 앉거나 누워서 몸을 접촉하는 좌식 생활을 가능케 해준다.

요즘은 온수파이프가 온돌의 구들 대신 난방의 대세가 되긴 했지만 창호지보다 기밀성이 향상된 창틀 때문에 온돌방이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것 같아 온돌이 그리워진다. 앞으로 우리가 짓고 살아야 할 집의 이상형은 과연 어떠한 모습일까.

사계절이 상존하는 한국의 주거 공간에는 어떤 형태로든 온돌의 특성이 적용되어야 할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온돌과 같은 소중한 건축 문화유산이 잘 보존되어야 하는 것은 비단 그것이 연구 자료로서 뿐 아니라, 많은 이들이 보고 느끼는 문화적 향수(享受)의 대상이기 때문이기도 하다.날씨가 추워지니까 온돌도 그립지만 추위에 떨고 있을 집 잃은 수재민들도 걱정된다. 그들에게 온돌의 따뜻함을 전해 줄 수는 없을까.

영남이공대학 건축과교수·경북도 문화재전문위원 최영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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