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아름다운 嘉昌 10억 장학재단

입력 2002-10-30 14:43:00

대구시 달성군 가창면 출신의 한 중소기업인이 고향의 인재 양성을 위한 장학재단 설립에 써 달라며 10억원 기탁을 약속했다는 소식은 아름답다. 더구나 일부 활동이 두드러지는 면 단위의 장학회 기금이 3억원 정도인 현실을 떠올린다면 돈 때문에 난마(亂麻)처럼 얽혀 갈피를 잡지 못하는 우리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주는 '파격'이 아닐 수 없다.

외환 위기 이후 우리 사회는 중산층이 무너지고, 빈곤층과 부유층이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지지 못한 사람들의 '가난의 세습'을 막는 유일한 사회적 장치와 지름길은 교육이라 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도시 빈민층이나 농.어촌의 가난한 수재들을 위한 충분한 지원과 배려가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해지고 있다. 이번 일은 빈곤층에 희망을 안겨주는 등불이며, 뒤틀려 있는 우리 사회가 서로 부둥켜안을 수 있다는 소중한 가능성의 확인으로도 읽혀지게 한다.

미담의 주인공은 경기도 안산에서 부채 없는 우량 기업으로 알려져 있는 (주)화남피혁을 운영하는 여우균(64)씨다. 그는 생전에 불우한 사람들을 남달리 각별하게 돌보았던 선친(여상지)의 유지를 받들어 성적은 우수하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향의 청소년들을 돕겠다니, 이 얼마나 '아름답고 따뜻한 나눔'인가.

가창면의 인사들은 이미 여씨 선친의 호를 따서 '재단법인 이우(伊友)장학회'로 이름을 정하고, 12월 출범을 목표로 설립추진위를 구성해 실무 작업을 벌이고 있다 한다. 이 정도의 기금이면 활동 방향이 정해진 대로 해마다 5천만원 가량의 이자 수입이 발생, 여건이 어려운 대학생 10여명의 연간 등록금 전액 정도는 대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이 아름다운 나눔의 등불을 교훈으로 가족이기주의에 빠질 게 아니라 자신의 혈육보다 더 많은 '사회의 인재'들을 키우는 게 사회를 바르게 이끌어간다는 사실을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 이런 흐뭇한 일이 우리 사회에 널리 퍼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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