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대 대통령선거일이 50일 앞으로 다가왔다. 이번 선거에는 무려 13명의 후보들이 출마를 선언했다. 하지만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선두를 질주하는 가운데 민주당의 노무현 후보와 국민통합 21의 정몽준 의원 세 사람이 각축을 벌이는 3강 체제가 굳어지고 있어 92년 14대, 97년 15대 대선과 후보자간 경쟁구도에서 복사판 양상을 보이고 있다.
특히 5년 전의 15대 대선과는 등장 인물만 다를 뿐 여당후보가 고전하고 있는 양상이 지금과 너무 흡사하다. 97년 여당이던 신한국당에서는 이회창 후보 아들의 병역 문제로 지지율이 10월에 10%대로 추락하고 당내 비주류가 후보 교체론을 들고 나와 분당 위기로 치달았다. 이는 후보단일화 논란이 한창이던 이달 중순까지의 민주당 상황과 복제판이다.
반면 제 1야당이던 국민회의는 김대중-김종필 두 사람의 이른바 DJP 연대와 박태준씨까지 포함시킨 DJT연대를 성사시켜 지지율 선두로 나서며 당선가능성을 높이고 있었다. 지금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가 박근혜 미래연합 대표 등 '구원(舊怨)'이 있었던 인사들의 영입에 나서 기선을 제압하고 있는 것과 비슷한 모습이다.
10년 전인 92년 14대 대선에서도 민자당의 김영삼 후보는 정주영 국민당 후보의 출현으로 민주당의 김대중 후보에게 추격을 당하는 등 안심할 수 없는 국면을 맞기도 했다. 과거 여당 후보들처럼 '편안한' 선거를 치르지는 못했다.
여당과 제 1 야당의 양강구도를 위협하는 제 3 후보의 등장도 비슷하다. 15대 때는 당선자를 바꿀 정도로 위력을 발휘했다. 14대 대선에서 정주영 후보가 바람을 일으키기는 했으나 표로 연결시키는데 실패한 반면 15대 대선에서 국민신당의 이인제 후보는 세대교체론을 들고 나와 500만표라는 득표력을 과시했다.
이번 대선에서도 월드컵 열풍을 등에 업은 정몽준 후보가 현재 여론지지율 2위를 달리고 있어 97년 이인제 후보 못지 않은 위력을 재현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 후보는 또한 10년 전 선친인 정주영 후보의 득표력을 능가할 수도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14대 대선 때부터 나타난 특정 후보와 특정 언론과의 불편한 관계는 15대에 이어 16대 대선에서도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14대 대선 당시 정주영 후보의 국민당은 편파보도를 이유로 들어 조선일보 기자의 당사 출입을 제한한뒤 불매운동을 벌였고 15대 때는 국민신당이 조선과 중앙일보가 편파.불공정 보도를 한다며 신경을 곤두세우는 등 선거기간 내내 갈등을 빚었다. 이번 대선에서는 이회창 후보와 MBC, 노무현 후보와 조선일보 사이가 불편하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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