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용지 왜 영천인가?

입력 2002-10-30 12:23:00

영천이 꿈틀거리고 있다. 사통오달의 도로망이 뚫릴 예정이기 때문. 발빠른 외지업체들은 대구와 포항을 잇는 중심축에 자리잡은 영천의 목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잰걸음을 옮기고 있다. 그러나 땅이 없다. 다른 지자체들은 안간힘을 써도 오지않는 업체들도 용지 물색을 위해 입질하고 있지만 '비빌 언덕'이 없어 자칫 불청객 신세로 전락하는 웃지못할 상황도 예상된다. 경북 동남권의 중심, 영천은 어떻게 변할까?

▨ 기업들은 왜 영천을 택할까?

물류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아니지만 2~3년만 기다리면 대구, 포항은 물론 구미, 김천, 안동까지 부담없이 오갈 수 있다. 평당 2만원에 이르는 임대료를 매월 내야 하는 대구 성서공단 입주업체들에겐 비교적 저렴한 땅값에 물류비까지 아낄 수 있어 일석이조인 셈. 포화상태인 경산 진량공단 업체들도 시 경계를 넘어서 영천 대창면과 금호읍 쪽으로 조금씩 밀려들고 있다.

현재 영천지역 5개 농공단지와 소규모 공단 입주업체는 모두 100개. 그러나 도로변 공업용지와 준농림지에 개별적으로 들어선 중.소규모 공장들은 무려 500~600개에 이른다. 개별 공장수는 계속 늘고 있다.

천막원단을 생산하는 성동산업은 지난 1월 대구 성서공단에서 영천 금호읍 오계리로 이전했다. 현재 공장부지 1천200평은 지목만 공업용지였지 아무런 기반시설이 없는 야산이었다. 땅값도 평당 13만원으로 결코 싸지 않았다. 물론 한때 40만~50만원까지 치솟았던 적도 있었지만 기대심리가 잦아들며 그나마 많이 떨어진 셈. 부지와 공장 진입로 조성비를 포함하면 평당 30만원 가량 들었지만 주저없이 이곳을 택했다.

"물류비용을 월평균 100만원 정도 아낄 수 있습니다. 얼마 안되는 돈이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영세업체에게 연간 1천200만원은 큰 부담이죠. 10년 정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보면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김정석(47) 사장은 자동차로 5분 거리에 있는 납품업체 때문에 이곳을 택했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인근에 들어선 업체도 5~7곳에 이른다. 성동산업과 맞은 편 땅에선 공장 신축이 한창 진행되고 있었다.

▨ 공장용지는 얼마나 부족한가?

영천시 전체면적 918㎢ 중 일정 규모의 단일공단 조성이 현실적으로 가능한 공업지역 면적은 7.9㎢에 불과하다. 게다가 영천의 5개 농공단지와 2개 일반공업단지 중 가장 규모가 크다는 언하공단도 면적이 9만2천여평에 그치고 나머지 대부분은 4만~5만평 규모에 그쳐 사실상 외지업체가 새로 비집고 들어갈 땅은 없는 셈이다.

앞으로 입주 가능성이 있는 업체들을 감안한다면 최소 40만평의 부지가 필요한 것으로 예상된다.장은수 영천시 도시주택과장은 "녹지가 도시계획구역 면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영천에서 그나마 대규모 공단 건설이 가능한 지역은 군사시설보호구역에 묶여있다"며 공장용지 확보의 어려움을 털어놨다.

현재 군사시설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은 금노동.완산동.작산동.본촌동.채신동.범어동.도동.봉동을 비롯해 고경면 대의.대성리, 북안면 원당.반정.송포.유하.유상리 등으로 면적은 488만평에 이른다. 특히 금노.완산동의 탄약창과 보급창 주변 지역은 경부고속도로와 인접해 대단위 공단을 조성하는데 최적격이지만 주변 수십만평이 군사보호구역에 묶여 있어 공단조성은 희망사항에 그칠 뿐이다. 물론 공단조성 계획도 있었다.

지난 90년대초부터 40만평 이상의 지방공단 조성이 추진됐던 금호지역은 그간 땅값만 잔뜩 올려놓은 채 각종 행위제한구역으로 묶여있다가 지난 99년 6월 공단조성계획이 백지화되면서 도시계획구역내 일반공업지역으로 풀렸다. 때문에 지난 10년 세월동안 재산권 행사에 규제를 받아온 지주들만 손해를 감수해야 했다. 현재 이 곳에는 현재까지 3만여평에 20여개 소규모 공장이 들어섰다.

영천시는 지난 99년 공단조성 백지화를 결정할 당시까지도 지역개발의 필요성과 공장부지난을 감안, 이곳에 지방산업단지조성의 미련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나 평당 수십만원을 웃도는 땅값에다 공단조성비까지 더하면 도저히 채산성이 맞출 수 없어 결국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주 권호락(52)씨는"정치권과 지자체가 책임지지도 못할 공단조성 계획을 발표하는 바람에 지주들만 행위제한 등 각종 불이익을 몽땅 뒤집어 썼다"며 "늦었지만 공업지역으로라도풀어준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라고 말했다.

▨ 공장용지 확보를 위한 복안은 없나?

영천시는 지역 인구증가와 지역개발 촉진을 위한 장기적 계획으로 지역에 부가가치가 높은 첨단산업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다각도로 노력 중이다.우선 현재의 국토이용관리법과 도시계획법이 통합돼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 제정, 발효되는 내년 1월 이후부터 공업지역과 주거지역을 크게 늘릴 계획을 갖고 있다.

김해룡 영천시 경제교통과장은 "고속도로 및 우회 국도 개통이 임박해 있고, 중앙고속도로 군위IC와도 인접한 지리적 여건 때문에 기업 이전은 더욱 늘어날 것"이라며 "준농림지에 새로 들어서는 업체들이 준조세적 성격인 농지전용비나 대체농지조성비를 부담하는 어려움을 덜어주기 위해서라도 공단 조성은 절실하다"고 말했다.

영천시는 시 전역에 대한 향후 개발 등 종합적 계획(각종 용지지구 지정 등 영천시 발전 기본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이달말 전문기관에 7억원을 주고 용역을 발주한다.

또 경부고속도로 주변 등 교통여건이 상대적으로 좋은 지역에 40만평 이상의 지방산업단지를 조성키로 하고 토지개발공사와 협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몇개 기업군을 묶어 수만평 규모의 연관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계획도 적극 추진 중이다.

지역인재 유출을 막기위해 50억원 규모의 장학재단을 설립하는 한편 전자부품공단 등 지역에 크고 작은 무공해 첨단기술산업을 적극 유치할 방침이다.박진규 영천시장은 "지역에 가치가 높은 기업을 유치하기위해 시청에 계장(6급)을 팀장으로 하는 전담팀을 설치하겠다"며 "앞으로 20년을 내다보고영천시 전체 기본발전계획의 새 틀을 짜 경북 동남권 산업벨트의 중심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영천.서종일기자 jise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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