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며칠새 신문.방송들이 대구지역의 성(性)매매가 위험수위라고 떠드는 통에 대구가 무슨 '퇴폐의 온상'인양 웃음거리가 된 현상에 속상해하는 시민들이 적지않은 것 같다.
시민단체인 대구여성회가 문제의 심각성에 경고성 메시지를 전달하고 대책을 촉구한 소린데, 언론마다 '숫자'에 초점을 맞춰 '퇴폐업소 종사여성 3만명, 20대 대구여성의 10%가 관련업소 종사' 식으로 떠드니까 사태가 '선정적'으로 변해버린 것이다. 기실 '20대 여성의 10%'란 것을 정확히 보면 그것은 유동인구이지 상주인구가 아니다.
그 10%가 몽땅 '대구여성'은 아니란 얘기다. 또 대구의 성문제가 이 지경이라면 인구 370만의 부산과 1천만의 서울은 더더욱 형편없을 터인즉 어찌 대구만 요란 떨 일인가.
▲문제를 퇴폐업소의 실태차원에서 읽으면 대책은 뻔하다. 퇴폐업소에 대한 강력한 단속, 행정조치 같은 뻔할 뻔자(字)의 대증(對症)요법에만 눈길을 고정시키게 된다. 이 또한 여성회의 바라는 바, 대책의 전부가 아닐 터이다.
문제는 퇴폐업소에 '온 이후'의 대책이 아니라 '오기 전'의 대책, 오지 않게하는 대책일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들의 생각의 주제는 20대가 아니라 '10대'가 옳다.
▲국무총리 산하 청소년보호위원회가 지난달 가출청소년 200여명을 현장인터뷰 했더니 가출소녀 셋중 한명꼴인 34%가 '숙식 해결하려 성매매를 한적 있다'고 대답했고, 가출청소년의 역시 34%가 공원화장실이나 벤치에서 노숙한다고 했다.
문제는 이미 '10대'에서 생겨버린 것을 '20대 실태조사'로 충격을 받았네 뭐네 하니까 우습지 아니한가. 또 10대로 말하자면, 경북도내 어느 시.군 고교생의 16%가 성매매 '알바'경험이 있고 이들중 75%가 인터넷 채팅으로 유혹받았다고 한다.
이 역시 민간단체가 중고생 1천800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 나온 것이니 쇼크를 먹으려면 여기서 먹어야 한다. 작년 한해 10대 소녀의 병원분만중 공식통계에 잡힌것만 6천700건이며, 산부인과의 상담은 무려 4만5천건이었다.
▲청소년보호위원회는 조사후 "가출청소년들의 생활상이 너무 비참해 충격을 받았다"고 전하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가출청소년의 절반이상이 "관(官)에서 운영하는 청소년보호시설을 이용할 생각이 추호도 없다"고 대답한 그 문제다.
직업훈련의 종류가 너무 진부한데다 분위기 자체가 자유분방한 그들로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것이니 어른들로선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알츠하이머'로 투병중인 레이건 전 미국대통령이 백악관 시절, 단체구경온 여고생들에게 "제발 콘돔 좀 써라"고 권유했다는 얘기가 이젠 우습지 않아야 한다.강건태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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