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鄭夢準 주가조작' 또 폭로전인가

입력 2002-10-28 00:00:00

3년전에 다 끝난 현대전자 주가조작사건이 다시 살아났다. 당시 주범으로 지목받아 사법처리까지 받은 현대증권 이익치 전 회장이 자기혼자 뒤집어쓰기 억울했던지 27일 도쿄에서 기자회견을 자청, 정몽준 후보를 물고 늘어졌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오늘 아침 이 사태를 지켜보면서 두가지 느낌에 괴로웠을 것이다. 하나는 "정몽준 후보가 초장에 끝나는 것 아니냐" 하는 아쉬움, 또 하나는 "또 폭로전이냐" 하는 서글픔일 터이다.

"몽준이에게 별일 없도록 해주게"라는 왕회장의 당부를 외면한채 "현대전자 주가조작에 투입된 현대중공업의 매입자금(1천800억원)은 당시 지배주주였던 정 후보의 핸들링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라고 폭탄발언을 쏟아낸 이씨의 '뒤늦은 배신'의 이유를 우리는 모른다. 주가조작사건은 98년 당시 반도체 빅딜과정에서 현대그룹이 계열사 자금을 동원해 인위적으로 현대전자 주식값을 두배 이상 끌어올린 범법행위로, 이같은 주식교란으로 인해 수많은 소액주주들이 피해를 보면서 몽헌.몽준 형제의 관련여부가 찜찜한채 끝났었다.

DJ가신들의 말로처럼 현대 가신들도 '팽'당했다는 사감(私感)에서 거짓 고변(告變)한 것인지, 그야말로 대선후보의 검증의 필요성을 절감한 우국충정의 발로인지 알 수 없으나, 어쨌든 의혹은 불거졌고 정 후보는 명쾌한 '해명'이 있어야 하게 돼 버렸다. 더구나 그동안 정 후보의 답변태도는 두루뭉술.어물쩍의 직답회피식이어서 이번의 해명여부는 생사의 갈림길임을 직시해야 한다.

이 상황에서 아울러 경고하고 싶은 것은 '정몽준 죽이기'식의 악의적 추궁이나 여론몰이로 진행되어선 안된다는 것이다. 돌아가는 꼴이 그럴만 하기에 하는 소리다. 이미 장인문제와 병풍(兵風)에서 우리는 노무현 죽이기와 이회창 죽이기를 뼈아프게 경험하지 않았는가? 각 후보진영은 앞으로 자신들에게 무슨 악재(惡材)가 터질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심정으로 문제를 읽기 바란다. 정 후보의 해명을 듣고 국민들이 냉정히 판단하게 해야지 후보들이 부화뇌동시키지 말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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