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중독

입력 2002-10-26 14:11:00

사랑이란 감정이 극단적인 것이고 보면 '사랑에 빠진다'는 말보다 '사랑에 중독된 다'는 말은 더욱 소름끼쳐서 좋다. 한사람에게 향한 사랑은 외줄타기와도 같아서, 파국은 자주 예견되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중독'은 죽은 사람의 영혼이 다른 사람의 몸에 들어가는 '빙의(憑依)'를 소재로 한 영화다. 그런데 좀 다르다. 식물인간이 된 남편의 영혼이 씌인 시동생이 자신 이 남편이라고 주장하며 애절하게 구애하는 것이다.

'공동경비구역 JSA' '번지점프를 하다' 이후 물 오른 연기력을 평가받고 있는 이 병헌(사실 이병헌은 '번지점프를 하다'에서 죽은 여자친구의 영혼을 가진 남자제 자와 사랑에 빠진 이력이 있다)과 제2의 전성기를 맞고 있는 이미연이 주연을 맡 았다.

영화 중독은 이달 초 개봉한 일본영화 '비밀'과 소재는 같으나 다른 노선을 걷는 다. '비밀'(일본 만화 '플리즈 플리즈 미'를 원작으로 한 듯 보인다)은 딸의 몸에 깃든 엄마의 영혼이 청춘으로 돌아가 일으키는 만화같은 소동을 그린 영화. 그러 나 중독은 사랑이란 감정에 충실하다. 지독한 사랑이야기인 것이다.

은수(이미연 분)는 남편인 가구공예가 호진(이얼 분), 시동생인 카레이서 대진(이 병헌 분)과 함께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던 중, 호진과 대진이 같은 시각 불의의 교통사고로 의식을 잃고 혼수상태에 빠지는 불행을 맞는다.

1년만에 대진이 기적적으로 깨어난 기쁨도 잠시, 자신이 형 호진이라 고 주장하는 대진은 "어찌해도 황대진의 얼굴"이라며 울부짖는 은수에게 "니가 힘들다면 대진 으로 살겠다"며 안타까움을 속으로 삭인다. "내(호진)가 완전히 없어져야 했는데 너(은수)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는 대진의 절규가 은수의 가슴을 후벼판다.

영화속에서 황당하기로 따지면 은수보다 대진(혹은 호진)이다. 빙의된 스스로의 모습에 혼란스러워하며 자신을 시동생으로만 대하는 아내를 애처롭게 바라보는 눈 빛연기는 이병헌의 연기 내공이 한껏 물 올랐음을 방증한다.

영화의 끝 부분 의외의 반전에 대해선 "극적인 반전이다" vs "갑작스럽고 억지스 럽다"는 왈가왈부. 다만 시사회 후 "따뜻한 멜로드라마라기보다는 차가운 미스터 리 스릴러의 느낌이 강하다"는 평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25일 개봉.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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