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꺼진불'-물붓기-'남은 불' 부채질

입력 2002-10-26 14:45:00

검찰이 병풍의혹과 관련, '증거가 없다'는 수사결과를 지난 25일 발표함에 따라 이를 둘러싼 정치권의 공방전은 일단 한나라당 측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이회창 후보는 지난 97년 대선에서 최대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했던 아들 병역면제 의혹으로부터 일단 벗어나게 됨에 따라 지지도를 제고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된 것이다.

그러나 검찰 발표는 병풍의혹을 입증할 만한 근거나 증거가 없다는 뜻이지 의혹 자체가 완전 해소됐다는 의미는 아니다. 때문에 민주당과 국민통합 21 측에선 어떤 식으로든 이 문제를 계속 부각시켜 나갈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문제를 집중 부각시켜왔던 민주당으로선 수세로 몰릴 것을 우려, 더욱 강공으로 치달을 수 있다. 한나라당도 이번 수사결과를 계기로 병풍의혹을 불식시키기 위해 '현 정권의 정치 공작'으로 몰아가는 데 주력할 움직임이다.

결국 검찰 발표에도 불구, 병풍정국은 대선 때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한나라당은 26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선거전략회의를 갖고 "이제 남은 것은 병풍조작을 철저히 수사, '민주당-정치검찰-파렴치범 김대업'간의 3각 커넥션을 규명하고 비열한 정치공작을 단죄하는 것 뿐"이라며 김씨를 즉각 구속, 수사할 것을 촉구했다.

홍일화 부대변인은 "막다른 골목에 몰린 김대업이 무슨 망동을 벌일지 알 수 없는 일이며 공작의 배후세력이 그의 신변에 위협을 가할 공산도 무시할 수 없다"며 "이명재 검찰총장은 정치공작의 진상규명과 제 2의 범죄 예방을 위해 즉각 신병을 확보할 것"을 요구했다.

민주당은 "특검제를 통해 병풍의혹을 전면 재수사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이를 위해 천만인 서명운동을 재개키로 하고 이 후보 아들의 병적기록표 시민배포를 검토하는 식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또한 이번 수사발표에 대해선 "한나라당에 투항한 검찰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등 맹비난하고 있다.

노무현 후보도 "사건의 핵심은 병역 부정면제가 아니라 은폐대책회의 개최여부인데, 이 후보 핵심측근과 김길부 전병무청장이 만난 것은 확인됐으니 이를 제대로 밝혀내야 한다"고 가세했다.

국민통합 21 측도 "국민들은 아직 이 후보 가족 등 핵심 관계자들에 대한 소환조사없이 막을 내린 수사결과에 의혹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며 검찰의 추가 수사를 촉구했다. 특히 "세간에선 검찰내부의 복잡한 사정으로 수사가 중도하차한 것이란 의구심도 일고 있다"고 공격했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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