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격만이 최선의 방어입니다. 모든 대학들이 어려운 때에 함께 움츠린다면 무한경쟁시대에 절대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발칙대담'하기 그지없는 '겨뤄보자 4년제'란 광고카피(copy)로 눈길을 사로잡는 영남이공대학(대구 남구 대명7동)을 23일 찾았다.
파스텔톤으로 물들어가는 앞산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본관 9층에서 만난 임병오(60) 학장은 대뜸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대학입시 지원생의 감소는 대학이 노력한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과감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학생들의 요구를 만족시켜줌으로써 수요자인 학생들이 스스로 찾도록 해야합니다".
4년제 대학과 '맞장'을 뜨겠다는 학교의 수장다운 자신감이 넘쳤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라는 의구심은 숨길 수 없는 노릇. 임 학장은 눈치를 챈 듯 학교를 둘러보자며 손목을 이끌었다.
이 학교가 가장 앞세우는 것은 풍부한 첨단 실습기자재. 방송국을 뺨치는 멀티미디어교육실과 이공계 학과들의 각종 실험장비들이 건물마다 빼곡하다. 현대자동차와 주문식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자동차과 앞마당에선 갓 출고된 자동차가 하루같이 해체.조립을 반복하고, 식음료조리 실습장에서는 학생들이 개인 실습대에서 분주히 손을 움직인다.
"입학하는 순간 프로가 돼야 합니다. 그러기위해선 당연히 실습이 중요하죠. 매년 20억원 이상을 실험기자재 구입에 투자해 학생들의 현장 적응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영남이공대학은 또 지난해 전국 최초로 전 강의실에 냉난방 시설을 완비한 데 이어 올해부터는 해마다 20억원씩 모두 100억원을 들여 '비전 2006' 이란 학사업무 전산화 프로그램를 서두르고 있기도하다. 이 학교의 자랑은 하드웨어뿐만 아니다.
교수들의 박사학위 취득률이 80%를 넘고 두 명당 한 명꼴로 장학금을 받을 만큼 장학금제도도 완비돼 있다. 지난 68년 개교한 이후 배출한 5만여명의 졸업생이 사회 전반에서 두드러진 활동을 펼치는 것도 빼놓을 수 없는 자산. 전문대학으로선 드물게 동창회와 대학발전기금 모금이 활성화되고 있는 바탕이다.
"기업체에 계신 분들로부터 졸업생들에 대한 칭찬을 자주 듣습니다. 물론 학생들이 열심히 공부한 덕분이지만 엄격한 학사관리도 우수인재 양성에 한몫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이 학교의 신입생 수는 3천명에 가깝지만 졸업생은 매년 2천100~2천200명에 불과하다. 자격이 되지않는 학생은 아예 배출하지 않는다는 교육이념을 고수, 중도에 그만두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워낙 철저히 학생들을 관리하는 바람에 흔히 느슨해지기 쉬운 산업체위탁교육도 지원자가 적어 대학재정이 어려워진다는 '불만'이 쏟아질 정도라는 것.
지난 70년 자동차과 창설멤버로 시작, 30년이 넘게 이 대학 강단을 지키고 있는 노학장은 교수들에 대한 고언도 잊지 않았다.
"대학은 졸업생만 배출해선 안됩니다. 학점만 따고 기술만 익혀선 안된다는 것이죠. 21세기를 이끌 사람은 지식과 인성을 두루 갖춰야합니다. 준비된 인재는 준비된 교수.대학만이 육성할 수 있습니다".
이상헌기자 davai@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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