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영혜〈구미차병원 물리치료실〉
낮게 내려앉은 하늘
어깨 두른 산 아래로
무수한 기억들이 길을 낸다
억겁은 지나온 듯
삐걱대는 저 수레바퀴
인연이라는 입김 하나로
깊은 산허리 돌고
무성한 자갈밭도 마다하지 않았다
어디서 왔는지 알 길 없고
어디로 가는지 묻지 않았다
돌고 돌아
언젠가는 다시 만날 우리
어디론가 지나쳐가더라도
해가 뜨면 구름 아래
달이 뜨면 내 맘 닮은 나무 아래
의지삼아 쉴 테니
가뿐 숨쉬며 내달려온 길
너를 향해 꿈꿔온 그리움들이
상념으로 끝나 버릴지라도
내 안의 문을 활짝 열고
네가 지나온 길
내가 가야 할 그 길을
가슴 속 앙금들을 하나 둘 지워 가며
새로운 발자국을 만들어 가며
걸어가고 싶다
다시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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