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퉁성 교수의 '역사의 혼-사마천'

입력 2002-10-25 14:11:00

사마천 만큼 역사에서 화젯거리로 등장하는 인물도 찾기가 쉽지 않다.늘 따라다니는 '궁형의 치욕적인 삶을 이겨내고 천년을 얻은 사나이'라는 수식어처럼 그는 선비라면 도저히 견딜 수 없는 굴욕과 죽음에의 유혹을 극복하고 역사서 '사기'를 저술, 빛나는 이름을 남긴 사람이다.

중국 광동성 산터우 대학 중문과 교수로 있는 천퉁성의 '역사의 혼-사마천'(이끌리오 펴냄, 480쪽, 1만6천원)은 이 사마천의 일대기를 소설로 풀어간 작품이다.소설의 시작은 사마천의 아버지인 사마담이 한무제 즉위초 정치적인 문제로 고민하다가 초야로 돌아오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시대적 배경은 유가를 숭상하는 젊은 황제와 도가(道家)에 빠진 황제의 조모 두태후 사이에서 갈등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 말로 목숨이 왔다갔다하는 소용돌이 속에서 사마담은 용케 몸을 빼 한적한 시골로 돌아오게 되고, 도가와 유가에 박학한 지식을 갖고 있으면서 사관이었던 그는 아들에게 평생의 짐이 되는 '사관이 되어라'는 말을 남기게 된다.

이는 사마천이 후에 '군자는 세상을 떠난 후에 이름이 널리 알려지지 않음을 싫어하는 법이니 나의 도가 행해지지 않는다면 나의 뜻이 후세 사람에게 어떻게 드러나겠느냐'며 구차한 삶을 이어갔지만 당당한 변명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사실 굴욕 후에 세상에 이름을 떨친 이들이 많았다. 주 문왕은 옥에 갇혀 주역을 연구해 글을 남겼고, 손빈은 두 다리를 잘리는 형벌을 받고서 '손자병법'을 완성했다. 또 여불위는 유배지인 촉땅에서 '여씨춘추'를 세상에 전했고 굴원도 쫓겨나서야 '이소'를 지어 자신의 문재를 세상에 전했다. 아마 사마천도 이러한 사람들로부터 더할 나위없는 위로와 자신감을 얻었음에 틀림없다.

이 소설은 '사기'라는 천고의 역사서를 피 토하는 심정으로 써간 인간 사마천을 조명하고 그의 생을 통해 '사기'가 갖는 의미를 되살려 보고자 했다. 특히 감옥에 갇혀 궁형을 당하기 직전, 죽음과 치욕적인 삶의 갈림길에서 갈등하는 사마천의 모습앞에서는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이런 드라마틱한 장면은 사실 여부에 관계없이 소설이라는 형식을 빌려 발휘되는 작가의 상상력이지만 단순한 감동을 넘어 두터운 현실의 벽에서 좌절하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희망을 주기에도 충분하다.

정지화기자 jjhw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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