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불가침조약 체결주장

입력 2002-10-25 14:40:00

북한이 25일 북핵사태와 관련해 외무성 대변인의 담화를 발표,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주장하고 나섬으로써 북핵 사태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이날 북측 담화는 제8차 남북장관급 회담을 통해 '대화를 통한 해결 협력' 원칙보다 구체적이고 상세한 북측의 첫 공식 대외언급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특히 미국이 북한에 대해 "즉각적이고 가시적인 핵포기 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한데 대한 반응이라는 점에서 향후 북미관계 및 핵사태 해법이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북한은 이날 북미간 불가침 조약체결이라는 구체적인 제안 이외에 '핵'을 하나의 카드로 활용하겠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향후 대화를 통한 원만한 북핵사태 해결의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특히 북한은 담화에서 미국의 선(先) 북핵 포기 요구에 대해 "우리가 벌거벗고 무엇을 가지고 대항한단 말인가"라면서 거부 입장을 분명히 해 북미간 핵갈등이 갈수록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에서 "굴복은 죽임이다"면서 "죽음을 각오한 자 당할 자가 없다. 이것이 선군정치를 끝까지 받들려는 우리 군대와 인민의 신념이며 의지"라고 결연한 대미 대처의지를 밝혔다.

북한은 또 "부시 행정부가 우리를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핵선제 공격대상에 포함시킨 것은 명백히 우리에 대한 선전포고로서, 조미 공동성명과 조미 기본합의문을 완전히 무효화시킨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북한은 자신들이 이달초 제임스 켈리 미 특사의 방북시 시인한 핵개발 계획과 관련, "근거도 없다"고 부인하는 듯한 발언도 내놓았다.

이같은 북한의 반응에 대해 미국의 입장은 즉각 확인하기 어렵지만 부정적인 입장을 보일 것이 확실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25일 새벽(한국시간) 열린 한미외무회담에서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은 "대북적대정책의 선(先) 철회를 전제로 내세운 북한의 입장은 교섭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조건부 대화제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또 리처드 바우처 미 국무부 대변인 등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공식 브리핑을 통해 "북핵 사태는 재협상의 문제가 아니다"면서 "즉각적이고 가시적으로 핵무기 제조프로그램을 해체해야 하며, 그것이 북미관계의 출발점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확실히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날 북한의 대외담화는 사태를 해결하기보다 오히려 부시 행정부내 대북 강경론자의 입지를 더욱 강화시킬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은 일단 북측 담화내용에 대해 즉각적인 반응을 자제하면서도 "북미대화가 더욱 어렵게 되는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인 전망을 우선 내놓고 있다그러나 북한이 이날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하나의 방법으로 '협상'을 언급하면서 대화를 희망했다는 점에서 한·미·일 3국이 이번 북한의 대외담화에 대해 어떻게 대응해 나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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