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후반 근거도 없는 '포틴데이(Fourteen Day)'가 청소년들 사이에 성행한 적이 있었다. 매월 14일을 가르키는 '포틴데이'는 이성친구와 특별한 행사를 하는 날로 정했다고 한다.
마음이 통하는 연인끼리의 만남은 무슨 날이 필요할리가 없는 것인데 굳이 이같은 이름을 붙혀 날로 정한 것은 상품의 매출증가를 노린 어른들의 상혼이 상승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청소년들 사이에 '포틴데이'가 선풍이 일자 한 회사는 전국에 초콜릿 등 선물체인점을 개장하는 등 발빠른 행보를 보였었다. 출처나 근거도 없는 소위 무슨 무슨데이에 아이·어른할 것 없이 정신이 홀린 꼴이다.
▲이제는 유치원 어린이에게도 외국국적의 파티가 유행한다고 한다. 서울 등 전국의 대도시 영어유치원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고 있는 '외래축제'는 '핼러윈'. '핼러윈'은 미국 어린이들의 놀이축제로 죽음의 신을 찬양하는 고대 켈트인들의 의식에 뿌리를 둔 것이라고 한다.
매년 10월31일이 되면 가장(假裝)파티를 열고 밤이 되면 어린이들이 이웃집을 방문해 과자를 달라고 요구해 초콜릿과 사탕을 얻어간다는 것이다. 우리 청소년들 사이엔 발렌타인데이, 유치원 어린이들에겐 '핼러윈'이 대표적 '외래축제'로 굳혀져 가는 현상은 아무래도 씁쓰레 하다.
▲오늘(10월24일), 애플데이(Apple Day)는 상품매출 촉진이나 외래(外來)가 아닌 우리 사회단체가 운동을 벌이는 날이어서 신선한 감동을 준다. 대구지역 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전국에 퍼져나가고 있다는 보도다.
지역이 이날을 기념하는 핵심주체라는데 큰 의미가 부여된다. 대구 사회단체들은 사과와 단감 한개씩을 선물하며 이날의 의미를 새겼고 '더불어 사는 삶, 사과로 사과하세요', '둘이(2) 사(4)과 하는날'등의 문구(文句)를 담은 현수막도 내걸었다.
사과는 사과(謝過)의 의미이고 단감은 인간끼리의 관계가 쓴 관계의 설정이 아니라 정감(情感)이 가는 관계를 가지자는 일종의 약속이라고 한다.
▲이날의 제안자는 문용린 전 교육부장관이 아닌가 싶다. 올해초 문 전 장관은 일년에 하루를 정하여 '화해(和解)의 날'로 기념하자고 주장했었다. "10월24일을 '애플데이'로 정해 우리들 마음 깊숙이 앙금으로 남아있는 한(恨)과 미움과 서먹함을 녹여내고 씻어내는 계기로 삼자"는게 요지다.
학교폭력대책국민협의회가 24일을 사과의 날인 애플데이로 선포한 것은 이의 연장일성 싶다. 사실 우리사회의 학교폭력수준은 위험수위다. 애플데이는 이처럼 여러측면에서 우리의 삶을 뒤돌아보게 한다.
최종진 논설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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